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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30. 2018

19. 오늘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직장인에게 이력서는 제품 명세서(Datasheet)이다

   새로운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품 명세서(Data Sheet)를 발표합니다. 제품 명세서에 제품의 용도, 특징, 성능, 그리고 경쟁사 대비 특장점이 명시됩니다. 제품 명세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수적으로 성능을 표시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시작은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하지만 뒤로 갈수록 전문적인 용어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품의 카테고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장비의 역할과 특장점을 알아봅니다. 좋은 스펙을 가진 제품 명세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이력서는 자신의 장점과 성능을 간략하게 표시한 사람의 데이터 시트입니다. 화려한 글로 포장된 이력서라도 채용 담당자나 직접 채용하는 관리자의 눈에는 간단하게 파악됩니다. 사람들은 이력서에 자신의 업무 역량에 대해 몇 줄로 표현하지만, 전문가들은 업무 능력을 파악합니다. 좋은 스펙을 가진 이력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이력서(Resume)를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데이터 시트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버전 또는 하드웨어가 출시될 때마다 업데이트됩니다. 시장의 전문가들과 잠재 고객들이 쉽게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넘쳐 나므로 제품의 차별성과 특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고 수정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치거나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더라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지 않습니다. 시장에 비슷한 경력의 엔지니어들과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차별성과 특장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인맥을 더 중시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많은 연봉과 대우를 받기를 바라지만, 전략적으로 자신을 차별화하지 않습니다.


   제품 명세서는 잠재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인터넷에 항상 공개합니다. 하지만, 이력서는 이직 가능성이 있는 잠재 기업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인터넷에 항상 공개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논외로 합니다. 이력서가 힘을 발휘하는 때는 본인이 이직을 위해 준비할 때입니다. 자신의 이력서를 스스로 잠재 기업의 채용 담당자나 헤드헌터에게 보내기 위해 이력서를 업데이트합니다. 이 상황에서 이력서가 제대로 작성될 확률은 낮습니다. 


   링크드인이나 스카우드 등의 구직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국가가 평상시에 군대를 유지하고 훈련시키는 이유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 시에는 승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인들이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이직을 억제하고 이직 시에는 성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현재의 직장과 업무에 만족하는 사람들로 다가올 위험이나 퇴사가  염려가 되지 않습니다. 이 분들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현재의 업무에 충실하다 보면 승진과 연봉 인상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현재의 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이 입고 있던 제복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력서를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모든 것이 늦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꾸준히 이력서를  해야 합니다. 이직을 하던 하지 않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스킬 트리를 채워나가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이유는
이직을 억제하고
이직을 할 때는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생활의 가장 좋은 나침판은 JD (Job description)이다. 

   현재가 불안하거나 미래에 더 나은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이력서를 들여다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해야 할 것을 점검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이 부족한 능력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회사의 직무 명세서 (JD, Job Description)을 보는 것입니다. JD는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정리한 문서로 필수 요건 (Required Skills)과 선호 요건 (Preferred Skill)로 표시합니다. 응시자가 많은 직군은 선호 요건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필수 요건을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현재의 자신의 능력과 필수 요건의 비교를 통해 무엇이 부족한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은
이력서와 직무 명세서의 차이만큼이다


직장 생활의 나침판


   어떤 스킬들은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기도 하고, 어떤 스킬들은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자격증을 취득이 필요합니다. 생각해 보면, 직장은 월급을 주면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곳입니다. 직장인들은 스킬 트리를 어떻게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의 방향이 크게 바뀝니다. 동료들이 누구냐에 따라 자신의 스킬 트리가 유용하기도 하고 쓸모없기도 합니다. 한 파티에 두 명의 힐러가 필요 없듯이   


직장생활의 스킬 트리


   예를 들면, 중급 엔지니어가 5년 후에 Solution Architect가 되고 싶다면, 먼저 비슷한 Solution Architect 직군의 필수 요건을 링크드인(LinkedIn)이나 스카우트에서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대학교 졸업장

10년 이상의 경험

뛰어난 영어 실력 

뛰어난 발표 능력

뛰어난 세일즈 능력과 협상력

프로젝트 관리 및 팀 협업 능력

자기 주도적 업무 처리 및 목표 지향적 업무

자기 분야의 전문적 기술 지식 


   기업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위의 능력을 기본적으로 요구합니다. 현재의 회사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나 이런 능력은 필요합니다. 현재의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방법도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의 칼바람을 피할 방법도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위에 명시한 능력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되는 것과 노력으로 쟁취해야 할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의 경험'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뛰어난 영어 실력과 발표 능력'은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적 기술 지식'은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직무 명세서는 이상적인 업무 능력을 표시하므로 현실과 맞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무 명세서와 비슷할수록 이직하는 것도 수월하고 현재의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도 수월합니다. 



오늘도 이력서(Resume)를 업데이트한다.

   사람들은 직장 상사와의 불화가 있거나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질 때면 이력서를 살펴봅니다. 자신의 이력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좀 더 버텨보라고 자조할 수밖에 없지만, 준비된 사람은 다른 옵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력서를 살펴보고 조금씩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 결과물을 이력서에 업데이트합니다. 직무 명세서는 가장 좋은 나침판입니다. 인생의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보여줍니다. 



이력서 업데이트는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필자는 몇 년 전 'Good Presentation Skill'을 'Excellent Presentation Skill'로 바꾸었고, 얼마 전 'Good Spoken and Written English'를 'Flunet in Spoken and Written English'로 바꾸었습니다. 이력서를 수정하는 것은 가끔이지만, 이력서를 수정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노력합니다. 이력서에 한 줄 적거나 한 단어를 바꾸는 과정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친 과정입니다. 개미가 여름에 겨울을 준비하듯 매일 조금씩 자신의 이력서를 바꿔나가는 여정에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The future belongs to those who prepare for it today.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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