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동아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코로나 극복의 다짐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 시간이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 2부제 등교, 3부제 등교, 원격수업 등 학교현장에는 사상초유의 일이 판을 칩니다. 이제는 사상초유 아닌 것이 더 부자연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래도 학교는 돌아가고 학생은 공부하고 혼란의 시대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4학년에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바로 책쓰기 동아리 “작가의 서재”인데요. 바로 제가 만든 동아리입니다. 우리 반 친구들이고요. 원래는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을 모아서 운영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교실을 옮길 수가 없어 오직 우리 반 학생들하고만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좀 아쉬운 것은 책쓰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학생도 반강제적으로 함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사실 아무런 문제도 안 됩니다. 대구의 10만 저자 양성 책쓰기 프로젝트는 10년이 넘은 성공적 프로젝트이며 또 어쨌든 저는 책쓰기를 10년 넘게 하고 있고, 게다가 작가니까(으쓱으쓱) 저에게 책쓰기를 배우는 것이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죠. 작가와의 만남을 매일 하는 건데 그 자체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잖아요. 담임이 작가인 것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책을 씁니다. 원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연금술로 형상화하여 멋진 작품을 빚어내는 것이 저의 특기이자 학생들의 지향점인데요. 올해는 거기에 하나가 추가되었네요. 당연히 코로나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시대에 절망, 공포, 두려움, 짜증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는 너무 억울하고 아깝잖아요? 그래서 이 혼란의 시대에도 우리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생활이 바뀐 게 너무나도 많지요. 그런 것을 찾아서 한 번 생각해볼까?”
이 어려운 과제를 또 우리 아이들이 해냅니다. 장황한 설명 필요 없고 그냥 아이들의 작품을 보여 드리지요.
(여기 제시하는 작품은 전부 저작자의 동의를 얻었으며 실명 공개 역시 동의를 얻었습니다.)
좀비. 문경빈
코로나는 / 좀비 바이러스다 /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듯이 / 코로나 걸린 사람에게 닿으면 / 코로나에 걸린다 / 그래서 밖에 나갈 수 없다
이상한 변화. 류예서
학교 다닐 때는 / 그렇게 그렇게 / 휴대폰이 좋았는데 / 잠깐만 시간이 나도 / 엄마 몰래 휴대폰을 보고 싶었는데 // 코로나 때문에 원격수업을 하니 / 매일 보는 휴대폰이 지겨워지고 / 하기 싫던 / 방청소나 설거지가 좋아졌다 / 공부하는 것도 좋아졌다
로봇 마스크. 박준호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면 / 얼굴도 가렵고 / 뭐가 나기도 하고/ 축축해서 불편하다 // 로봇 마스크가 있으면 / 리모컨으로 조종해서 / 마스크가 안 불편해서 / 좋을 것이다
어때요? 쉽죠? 가 아니라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것 말고도 많지만 코로나로 우리는 절망에 빠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은 코로나에 대하여 생각을 거듭하면서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이겨내는 힘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가치, 문학의 힘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것은 별 것 없습니다. 그냥 문학이 가진 힘을 이용해서 사물을 조금 다르게 보고 조금 다르게 듣자는 것뿐이지요. 그런 눈과 귀가 열리면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작가의 서재”에서 일상을 노래합니다. 당장 가라고 꺼져버리라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에게 화만 내면 뭘 합니까? 그 시간에 더욱 생산적이고 예술적이며 공포와 좌절을 희망으로 승화하는 예술 작품을 빚어내는 것이 훨씬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지요. 이미 나에게 온 코로나라면 그것을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찰과 사고, 통찰과 재해석으로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할 일입니다. 그 대단한 일을 우리 꼬마 작가들이 해내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 나올 우리들의 책이 기대되지 않나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