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편하지만 불가결한 동거를 생각할 때
코로나가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뒤바꾼 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작년 한겨울에 불어닥친 회오리가 이제 어느덧 다음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끝날 듯 끝날 듯 변죽만 울리며 사람 마음을 애태우던 이 저주받은 바이러스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긴 터널의 끝을 향해서 아직도 우리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백신으로 인해 터널 안이 좀 더 밝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대구의 모든 학교는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문을 열었습니다. 수도권처럼 4단계로 격상하지 않았던 대구의 상황은 3단계로 위태위태한 가운데 학생들은 전부 등교하며 마스크와 거리두기, 철저한 방역수칙과 함께 불쾌하지만 불가결한 코로나와의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시간도 훌쩍 지나 다사다난하지만 그래도 무탈하게 벌써 2021년 1학기를 지났고 2학기도 시작되었습니다. 1학기와 별다를 바 없는 9월입니다.
7월에 시작된 전 교사 백신 접종은 우여곡절 끝에 7월에 화이자 1차 접종을 마치고 또 한 번 백신이 늦어져 접종이 연기되는 난리 끝에도 9월 초에 2차 접종을 시작해 결국 9월 둘째 주에는 90% 이상의 교사가 2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여기도 숨은 사연이 많았지만 어쨌든 8월 중에 마무리지으려 했던 백신 2차 접종이 9월로 미뤄지면서 9월 2일과 3일은 대구의 거의 대부분 학교가 2차 접종 통증으로 아파하는 교사들로 인해 임시로 원격수업을 실시했습니다. 단 이틀이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원격수업이라 이것도 현장에서는 아주 큰 혼란이었습니다. 원격수업 안 한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니 교사도 학생도 다시 너무나 생소해졌기에 참 낯설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교사의 백신도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쳤기에 학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장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는 종식의 희망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입니다. 냉정하게 봐서 그렇습니다. 신종플루나 메르스가 종식된 것은 어쨌든 먹는 치료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에는 아직 먹는 약이 없으니 종식이 요원한 일입니다. 세계 각국이 기를 쓰고 만들고 있지만 어쨌든 그 가격이 얼마든 우리 손에 아직 ‘타미플루’ 같은 것이 쥐어지지 않았으니 약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방향을 달리 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던 불쾌하지만 불가결한 코로나와의 동거, 소위 ‘위드코로나’입니다.
코로나가 항상 우리 곁에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 거리두기, 철저한 방역수칙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조심스러운 도전이지요. 즉 학교 가면 언제나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하고 모둠활동, 숙박체험, 현장체험 등은 못하지만 나머지 일상적인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상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제 모든 교사들이 접종을 마쳤으니 만약 교사가 확진자가 된다 해도 사경을 헤맬 중증이 될 확률은 거의 없고, 따라서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문을 열고 등교하는 학교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고 소소한 감염이 생기면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이죠.
철저한 방역으로도 감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게 코로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통사고는 매일 일어나지만 사고가 무서워서 차를 아예 안 타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그것은 일상이라는 것이 여기에 맞는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학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가까워오고 있고 어느덧 독감 예방접종을 맞을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참,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독감이라니 이걸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시간의 흐름이 참 황당하고 야속하기만 해 답답하네요.
이제 2학기는 백신 접종을 마친 교사들과 함께 조금 더 새로운 학교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곧 정부에서도 발표될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도 결국 완전하지는 않아도 백신으로 코로나를 막을 힘을 길렀으니 일상으로 좀 더 가깝게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학교도 그에 따라 어차피 지금은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와 함께 조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