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의 친정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그 집은내가 태어나기 1년전에 지어졌으니2023년인 지금은 45년이 되어간다. 친정집은 45년 동안 두 번의 리모델링을 했으며, 그 후 완성된 모습을 보고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을하얀색울타리대문집이라고불렀다. 도로명주소가 생기기 전에 시골동네에서 우리 집과 같은 번지가 많았던 터라 주소란에 번지를 쓰고 그 옆에 괄호를 치고 (하얀색울타리대문집)이라고 꼭 적었었다.
엄마가 우리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친정집에 일 년에 두어 번밖에 가보질 않았었다. 가더라도 30분 정도 용건만 살필 뿐 집을 돌보진 않았다. 우편물을 가지고 오거나 수도나 심야전기보일러를 확인하는 정도의 관리만 해왔다. 거의4년을 비어두었다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엄마가 계시던 집은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집 앞 텃밭엔 갖가지 채소가 가득했었는데, 집이 비어있는 시간 동안 마당이며 텃밭에는 풀이 무성하다 못해 나무가 되어있을 정도였다. 주인의 손길이 그리웠는지 감나무며 목련나무는 모두 병이 들어 죽어있었다. 주몽나무도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아엉망이었다. 집안 여기저기 곰팡이에 벌레들, 사용하지 않은 전자제품들은 뽀얗게 먼지만 쌓여있었다. 다시 살리기엔 너무 늦은 것만같았다.
그러나 언니는 엄마를 위해 봄부터 집을 단장하기 시작했다. 언니를 도와 밭의 풀을 정리하고, 뒤뜰에는 제초매트를 깔아 풀이 나는 것을 막았다.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를 벗겨내고 지붕이며 벽에 새 페인트 작업을 했다. 집안 구석구석 못쓰게 된 그릇과 살림살이를 몇 자루나 버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엄마가 모으셨던 유리컵과 그릇들, 지금은 필요 없는 물건이 되었다. 몇 개월에 걸쳐 집을 손보고 언니가 친정집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는 마당에 모닥불자리도 만들어 고기도 구워 먹고 불멍도 했다. 이젠 엄마만 이곳으로 오시면 완벽한 친정집이 될것이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