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치위는 망했다.

by lawtech

사람이 돈 한 푼 안 들이고 무언가를 깨닫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21세기에는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AI, 라는 것이 너무 빠르게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되면서, 시간이라는 것의 무게가 너무 다르게 되었다.

같은 시간에 누군가는 서비스를 만들고 팔지만, 누군가는 서비스는커녕 종이로 작업을 한다. 아이러니한 시대가 지금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들인만큼 효과를 봤지만, 시간을 들인만큼 효율을 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콘텐츠는 철저하게 제 머리에서 나오고 제 손으로 디자인된다. 나는 타고나길 말하고 글쓰는 것을 잘해, 1시간 남짓이면 작업이 끝나긴 한다. 주절거리며 글 쓰는 데도 30분이 안 걸린다. 따로 원고를 쓰거나 하지 않고 바로 디자인툴에 글을 넣기 때문에, 머리에서 나온 걸 그대로 내놓는 식이다. 아이디어 발굴도 필요가 없다. 적절한 난이도와 주제를 정하는 건 너무 쉬워서(이게 내 일이라 당연할 수밖에 없으니 잘난척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기를..) 이미 내 머릿속에 충분히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식으로 일했냐면, 나는 모든 일을 Realize와 Idealize로 나눠 처리하는데, = 기획(idea)이 디자인(realize-실현)까지 이어져야 잘 된다고 생각한다.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센스가 시각적으로까지 보여져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스 같은 사례를 보면 쉽고 편한 서비스가 uiux에 녹아있다. 대충 그런 거다. 모든 업무를 role과 task로 보면 머리 따로, 손 발 따로가 되어 망한다. 그래서 좋은 프로덕트가 판매로 직결되지 않는 것이다. 프로덕트는 예쁜 포장지와 예쁜 카피를 붙인 진열대의 사고 싶은 매장 분위기 속에 놓여야 팔린다.

아무튼간, 다시 돌아가서 설명하면, 내가 만들고 싶은 커뮤니티는 그 당시 함께 만들어나갈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법학전공자나 법조인이면서 기술적인 이해가 높은 사람이 한국에 몇 명이나 될까? 처음에는 소수의 리걸테크 기업인 아니고서는 전무했다.

결국 콘텐츠 소스를 만들 사람도, 그 콘텐츠를 내 비즈니스 플랜 전반에 맞게 적절하게 가공해줄 사람도 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도 콘텐츠 내용 전부를 내가 만들고 있다. 아직 내용을 만들만한 전문가가 없다. 주제나 피드백을 받는 정도랄까. 운영진이 할 수는 있지만 앞전에 설명한 이유로 결국은 또 나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니까 그게 망했다는 거다.

시간이 중요하다. 내가 매일 매일 비효율적인 콘텐츠 생산하지 않아도 이탈은 없어야 하고 랫치위는 잘 돌아가야 그게 성공적인 커뮤니티다. 이탈이 없어도 유입이 지속적이어야 하고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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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서비스가 필요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가 너무 다르다. 역설적으로 포괄적인 AI 활용을 배우려고 온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법률 AI 프롬프트 외에는 관심이 없다. 법률 AI의 발전이나 관련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이나 데이터와 같은 얘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어느 지점에서 나는,

고객이 모두 나같지 않음을 강하게 인정하게 됐다.

내가 세운 가설은 참 한심한 수준이었다.

나는 리걸테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이 생태계의 발전이 너무 너무 재밌고 이것에 심장이 뛰는 덕후다. 그래서 이 일을 한다. 천성이 이 직업이다. 나 혼자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니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흘려보내는 정보가 너무 많았고, 그걸 풀게 되면서 랫치위가 나오게 되었는데, 결국 이렇게 나처럼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0.1%도 안 될 것이기 때문에,

랫치위는 망했다.

그래서 나는 어느 구간에서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면 법률 AI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실제로 있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고객이 아니라 "동료"였다. 나란 애는 여전히 시장의 규모나 핏을 생각하지 않고 좀 더 많이 들어와서 얘기를 나누면 그게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나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취미 수준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진짜 비즈니스로 보면서 얘를 좀 뜯어고치려고 한다.

우선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들이는 품을 많이 줄일 거다. 대중은 내가 고생했거나 너무 잘 된 소식에만 반응하니까.

타겟을 생각하고 유입을 생각해서 유튜브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새로운 것들을 할 생각이다. 원래는 브이로그 창업일기 뭐 그런 걸 하려고 했다가 방향을 꽤나 바꿨다. 편집 과정에서 버려진 것들이 많다. 라이트하게, 랫치위를 만드는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매일 올라오는 소식이 없으면 이탈하는 사람들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랜딩페이지를 고치고 프로덕트를 연결하고, 지금까지 올라왔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프롬프트를 복사할 수 있게 하는 페이지를 진짜 낼 거다.


방향성을 정리하고 정리하며 느끼는 1차 회고다. 근데 놀랍게도. 나는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랫치위의 장점과 나머지 회고에 대해서도 글을 쓰겠다. 140명을 데리고 있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할 얘기는 진짜 너무 많은데 시간이 금이니까, 그치? 일단은 줄인다. 자주 쓸 생각.


아무튼간 비즈니스로 확실하게 잡고 확실하게 컨트롤하고 그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주겠다.


그게 지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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