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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Oct 03. 2016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처음에 파리에 도착하고, 4개월간 살 집을 마주했을때는 너무 절망적이었다. 픽업나온 택시를 타고 무슨 말인지 알듯 모를듯한 표지판들을 보며 파리 시내에 진입했을때만 해도 내 마음은 기대로 가득했다. 하지만 기대한 파리의 모습을 뒤로하고 굴다리를 건너 도착한 그 복잡한 빌딩에서 나는 어쩐지 허탈했다.

불이 잘 들어오지 않는 복도를 한참 걸어야 나오는 화장실, 중간중간 깨진 타일들,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컴컴한 비상구 계단, 가끔 전기가 나가면 손으로 켜야만 하는 두꺼비집 옆에 겨우 나 하나 누울 수  있는 침대에서 나는 밤마다 후회하고 아쉬워 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어디를 가든 가격과 가치를 생각하며 이미 놓친 대안을 다시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던게. 그리고 삼년이나 지나서야 그런 행동이 의미가 없다는걸 깨닫는다.

Central Park, NYC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기보단, 그냥 아쉬운것은 아쉬운대로 흘려보내면 될 일이다. 밤마다 좁은 침대에서 아쉬움으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재미있을 내일을 만들어갈 생각을 하면 되는거다.

우산을 가져나오지 않고 심지어 잘못 내린 브루클린의 어느 역에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서 깨달았다. 그 길은 굴다리를 건너 낙엽을 밟으며 허름한 빵집을 지나 집으로 가던 파리의 길과 어쩐지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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