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이 가진 차별성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한다. 환산해보면 400시간은 곧 24,000분이므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유튜브 영상들은 업로드되는 순간부터 선택받기 위해 1:24000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신규 영상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기존 영상까지 합치면 말도 안 되는 경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소서는 어떨까? 자소서 한편을 쓸 때 들어가는 고뇌의 시간은 취준생이라면 모두가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쓴 자소서가 실제 원하는 목적-합격-을 달성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회사에서는 얼마나 나의 고뇌의 흔적을 꼼꼼하게 봐줄까? 회사는 항상 사람과 시간이 부족한 조직이기 때문에, 자소서를 검토하는데 많은 인원을 주지도 않고 많은 시간을 주지도 않는다. 때문에 보통 자소서 검토 담당자들은 회의실(이라고 쓰고 골방이라고 읽는다)에 틀어박혀서 몇백, 몇천 개의 자기소개서를 읽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째, 하나의 글을 정말 짧은 시간에 속독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 둘째, 장시간 비슷비슷한 글을 읽다 보면 이 양반들도 사람인지라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피와 땀이 어린 자소서를 자세하게 읽어볼 시간도 의지도 능력도 없게 된다. 이렇게 그들이 가진 짧은 관심, 짧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소서 세계도 유튜브만큼이나 빡센 경쟁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유튜브와 자소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성공 공식에서 자소서를 잘 쓰는 방법 또한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성공하는 유튜브 콘텐츠와 자소서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1.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차별성이 있다.
사실 유튜브에 있는 콘텐츠들을 큰 카테고리로 묶으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뷰티/게임/먹방/장난감/키즈/요리/음악/패션/리뷰/ASMR 등 어느 정도는 큰 얼개 내에 들어온다. 하지만 같은 뷰티 유튜버라고 해도 올리는 내용은 천차만별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매번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특히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 들일수록 자신만이 가진 경험을 기반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사배의 경우 특수분장을 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메이크업만 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특수한 메이크업까지 소화한다.
좋은 자소서 또한 비슷비슷한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에피소드와 인사이트를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차별성을 보여준다. 사실 학생들이 한 경험도 크게 보면 비슷하다. 교환학생/어학연수/아르바이트/학생회,학회,동아리/여행 등으로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좋은 자소서를 쓰는 사람들은 그 경험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자신만의 해석과 생각을 바탕으로 나를 표현할 줄 안다.
2. 열심히 산 덕분에 소재가 풍부하다.
유튜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올리려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어쩌다 한두 번 촬영하고 가뭄에 콩 나듯 올려서는 절대 성공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지 못한다. 부지런한 유튜버만이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좋은 자소서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산업/회사/직무/자소서 질문에 따라 다르게 답할 수 있는 많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가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성실함이 필요하다. 첫째, 원래 열심히 살았어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건 여행을 미친 듯이 했건, 취미활동을 엄청나게 했건 하다못해 다양한 사람들과 술을 원 없이 먹었건, 대학생활 동안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소재를 찾을 수 있는 베이스가 주어진다. 둘째 소재를 찾기 위한 '생각의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대학생활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것들이 나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그러한 경험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캐릭터는 무엇인지, 이를 바탕으로 할 때 나는 어떤 일이 어울리는 사람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굴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해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는 것이 콘텐츠의 법칙이다.
3. 일단 궁금해서라도 보게 만든다.
할리우드 뺨치는 영상을 만들었어도 섬네일이 밋밋하고 제목이 '아름다운 우리 강산' 수준이면 아무도 그 영상을 보지 않는다. 보지 않으면 선택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잘 팔리는 유튜브 콘텐츠들은 섬네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자소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인사담당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내 자소서를 보게 만들려면 소제목부터 나의 글을 읽고 싶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 같이의 가치' 같은 공익광고에 나올 것 같은 문구로 승부하면 결국 스펙으로 줄 세우기 당하는 현실 앞에 놓이게 된다. '나이지리아에서 우물 파다 깨달은 뜻밖의 재능', '하루 매출 1300만 원, 순이익 615만 원의 비결'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으면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소제목을 써보자.
4. 두괄식이다 + 요약의 미덕을 안다.
모바일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영상 초입부에서 이 영상이 내가 계속해서 볼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하고, 인기 유튜버들은 이를 붙잡을 수 있도록 계산된 구조를 만든다. 재미있는 영상이라면 클라이맥스 부분을 미리 보여주고, 정보성 콘텐츠라면 이 영상에서 어떤 내용을 주로 이야기할지 요약된 정보를 미리 제시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고, 어느 정도 내용을 미리 예상하면서 큰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사람은 글이 읽기 편하고 내용이 바로 머리에 들어와야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봐도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이해가 어려운 글은 선택받기 어렵다. 그리고 두괄식으로 미리 내용을 제시하게 되면 나의 글을 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영어 듣기를 할 때 무슨 내용을 말할지 미리 알고 들으면 더 잘 들리는 이치와 같다. 될 수 있으면 미괄식보다는 두괄식을 활용해서 결론부터 쓰는 습관을 들여보자. 또한 소제목이나 첫 문장에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지 미리 언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성실함이 만든 기적'이라는 제목보다는 'GS24 목동점 알바 1달 만에 시급 인상을 제안받다' 같은 방식으로 쓰는 것이 내용을 예상할 수 있어 더 좋은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5. 고객의 진정한 Needs를 읽을 줄 안다.
뛰어난 크리에이터 들일수록 항상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을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녹여내고, 이는 곧 좋아요와 구독이라는 실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밑거름이 된다.
자소서를 쓸 때도 1차원적으로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우리의 고객(회사, 면접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의도로 이 질문을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글을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힘든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들어주고 소주 한잔 따라주고 싶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이 사람이 어떻게 대처했고 그 속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왔을 때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신세한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위기 대처능력과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전개해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이 원하는 답을 들려줄 수 있어야 우리가 원하는 행동 - 즉 나를 면접에 부르는 것 - 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지막 공통점, 뛰어난 유튜버들은 전 국민이나 전 세계인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콘셉트에 맞는 타깃 고객들만을 향해 꾸준하게 문을 두드린다. 어차피 모든 사람의 취향과 생각이 다르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곧 성공 공식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자소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회사, 모든 직무에 어울리는 인재는 세상에 없다. 어딘가에 나와 잘 맞는 회사, 나에게 찰떡인 직무가 있다. 끊임없이 회사와 직무를 조사하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이를 찾아내고, 여기에 지원서를 내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성공 공식임을 모든 취준생들이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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