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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Jun 16. 2019

다 경력만 뽑으면 신입인 나는?

경력이 없어도 취업은 해야 하니까요

  경력직 시장에서 한창 인기 있는 연차라는 6년 차가 되고 보니 실제로 화려한 이력이 아님에도 이런저런 오퍼를 받게 된다. '저 많은 빌딩 중에 왜 내 자리 하나 없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참 격세지감이 느껴지면서 새삼 '경력'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회사는 교육기관이 아니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기에 지금 바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히 관련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나조차도 이커머스 영업을 할 때 팀에 필요한 계약직 아르바이트 채용을 담당했었는데, 정규직도 아닌 아르바이트인데도 관련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체크하고는 했었다.

 회사 입장이 그런 것은 알겠는데, 취준생 입장에서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터진다. 아니, 다들 경력만 선호하면 신입은 어쩌란 말인가? 특히나 전공지식이 직무와 바로 연결되지도 않고,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처럼 특수한 Skill set을 습득하지도 않는 문과생들의 경우 오로지 말과 글로만 나의 능력을 증명해내야 하기에 이런 주문은 다소 가혹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쯤에서 꼭 나와줘야 하는 짤_ 이미지 출처 : SNL 코리아 면접 전쟁


경력이 없어도 취업은 해야 하니까요

 답답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일단 뭐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러면 아무 경력도 없는 문과 취준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나 심플한 대안이지만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경력을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방법, 경력을 만드는 것은 인턴, 아르바이트 등의 대안이 있고 최근에는 스콜레 프로젝트 등 대학생을 참여시켜서 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방법이야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 기회만 있다면 다들 하려고 노력하는 영역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두 번째 방법으로 넘어가 보자.

 

경력을 발굴한다고?

 경력을 발굴하다니, 이게 무슨 이상한 소리일까? 다이어트를 하면 없던 쇄골이 생겨나는 것처럼 6주 프로젝트 같은 것을 진행하면 내 안에 잠재된 경력이 마법처럼 생겨나는 것일까. 상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우선 경력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기업이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는, 위에서 기술했듯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 즉 빠른 시간 안에 회사와 비즈니스에 적응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A라는 분야/직무에 관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A 분야에서 빠르게 업무를 습득할 수 있다."

 즉, 경력의 본질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되는 결과 - 회사에서 지원자의 경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업무 퍼포먼스 - 에 있다. 즉, 회사 경력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내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다 는 사실 그 자체를 설득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업무를 지원한다면 내가 마케팅 인턴 경험이 없더라도, 내 경험을 최대한 마케팅 직무와 연관시켜 내가 해당 직무를 잘 해낼 수 있음을 설득하면 되는 것이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닐까요?

 내가 취준생 입장이라면 여기까지 읽고 이런저런 의문이 생길 것 같아서, 보충 설명을 잠깐 하고 본격적으로 경력 발굴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의문 : 직무 경험이 없으면서 경험을 포장한다는 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대답 :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다.

 실제 경력을 만들 기회가 있었으면 벌써 만들었을 것이고, 지금 당장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봐야 하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최대한 내가 가진 경험을 쥐어짜서 경력처럼 만드는 것이 경력 발굴하기의 핵심이다.


-의문 : 실제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지?

-대답 : 리그가 다르다.

 애당초 우리가 지원하는 것은 신입 채용이다. 어차피 경력직들은 신입 채용과 완전히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그 리그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의 경쟁자는 쟁쟁한 실무 경력을 갖춘 경력자들이 아니고, 인턴이나 계약직처럼 나보다 약간 더/ 조금 더 일해본 사람들이다. 채용은 '경험'을 뽑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메리트를 넘어설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제시하면 된다.


-의문 : 경험과 직무를 연결하는 건 원래 하는 것 아닌지?

-대답 : '설명' 아니라 '설득'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내가 서포터즈 같은 것을 했으니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는 식의 기술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설명에 불과하다. 핵심은 실무 경력에 준하게 직무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것에 기반하여 내 경험을 토대로 면접관을 설득하는 것에 있다.


경험의 본질과 직무의 본질을 연결한다.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경력 발굴'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예전에 상담했던 학생 중에 다큐멘터리 동아리를 오래 했던 분이 있었다. 전공 또한 순수 인문학 쪽이었는데, 다큐멘터리 경험을 살리자니 영상이나 미디어 쪽만 가능할 것 같아서 너무 폭이 좁은 것 같고, 일반적인 영업/마케팅 쪽을 지원하자니 인턴경험 등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었다.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든 스토리로 어떻게 영업/마케팅 직무에 잘 맞는 사람이라고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유튜브 마케팅을 하겠다고 해야 하나? 가능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단순히 영상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경험의 본질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 필름을 찍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단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무엇을 찍을지, 어떤 스토리로 찍을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뭐든지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고, 출연할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장소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촬영할 인력/장비/소품 등의 준비도 해야 하고 촬영하는 동안 생기는 이런저런 변수들도 해결해야 한다. 촬영과 편집까지 완료하고 나면, 찍는 걸로 끝낼 수 없으니 상영회를 준비하거나 어딘가에서 상영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은 사실 영업/마케팅 관련 직무에서 수없이 만나는 기획, 그리고 실행하는 업무와 매우 많이 닮아있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에서 기획전을 준비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기획전의 타깃과 콘셉트를 고민해보고 어떤 기획전을 준비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기획전에 참여할 업체들도 모으고 그들이 제시하는 상품/할인율도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 마케팅 부서에 사전 연락해서 계좌도 확보해야 하고 기획전 페이지가 잘 준비돼서 노출될 수 있도록 셋업도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기획전이 진행되면 실적 추이를 보면서 변수가 생기면 추가 쿠폰 투입 등을 해서 매출 실적을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전이 종료되면 리뷰를 통해 아쉬웠던 부분은 보강하고, 반응이 좋았던 상품은 바로 추가 기획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필름 만들기와 이커머스 기획전 비교

 이 둘은 언뜻 생각해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위의 표를 보면 매우 닮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업/마케팅 분야에 수 없이 많은 업무들이 있지만, 그중 조금이라도 '기획'이라는 요소가 개입되면 사실 큰 틀에서는 이런 흐름(초기 기획 - 자원 확보 - 조율 - 결과물 산출 - 리뷰)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즉, 실제 업무 관련 경험이 아니더라도 이런 내용에 기초해서 내가 해당 직무에 최적화된 인재임을 어필할 수 있다. 사례 속 그분에게는 이커머스 기획전이 아닌 마케팅/프로모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몇 개월 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모 카드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나의 경험과 직무를 함께 놓고 분석해보자


이런 경험조차 없으면 어떻게 하죠?

 위의 다큐멘터리 필름 사례는 일단 그래도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경험이기에 이것조차 없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래서 또 다른 사례를 약간 각색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분의 경우는 최초 상담 때 정말로 직무와 연관되는 경험을 찾기가 어려웠다. 자소서에 기술된 경험이 대부분 1~2개월 정도의 짧은 경험이거나 장기간 했더라도 밀도가 낮았는데(예 : 팀 프로젝트 등), 때문에 자소서가 대체적으로 두루뭉술하고 지원자의 역량을 확실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여행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동안 여러 번의 해외여행을 다녔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추가 질문을 해보니, 단순히 여행만 다닌 것이 아니라, 카페를 좋아해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현지에서 인기 있는 카페를 사전에 조사하고 하루에도 몇 개씩 카페를 다닌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히 카페만 돌아다닌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들도 잘 알고 있었다.

 고객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때문에 유통업계나 소비재 회사에서는 늘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한다. 그리고 이런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것을 넘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남들이 가는 곳만 찾아다녔던 것이 아니라 카페라는 카테고리를 정하고 3일 내내 카페만 다녔던 사람, 인증샷 찍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던 이 분 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직무에 잘 적응할 가능성이 당연히 높을 것이다.


경력이 없어도 나는 열심히 살았으니까

 경력 발굴하기라는 어려운 말로 뱅글뱅글 돌아왔지만, 사실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경력/직무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최소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을 정도로 취업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분명 아무것도 안 하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었듯 내가 가장 열정을 다했던 경험을 찾자. 그리고 회사/직무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이 둘을 연결시킨다면 분명 나만의 설득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나의 경험을 정리하는 법

https://brunch.co.kr/@linkyspark/3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합니다.

*문과로드 홈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yourcareer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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