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과 강박 그 사이
나는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그 사람의 손톱과 귀 속을 보는 버릇이 있다. 손톱이 깔끔하지 않으면 과장 표현해 비위가 상하곤 한다. 반대로 정리된 손톱을 갖고 있으면 왠지 신뢰가 가고.
귀 속을 보는 행위는 조금 기괴한 것 같아 몇 년 전부터 강박을 지우려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젠 신경 써 굳이 보려 하지 않으면 남의 귓속은 보지 않는다.
이렇듯 나는 친구와의 가벼운 약속부터 클라이언트와의 미팅까지 외출 전 나의 품위를 지키는 가장 기본 케어는 ‘손발톱’ 그리고 '귀지' 정리이다.
기본 케어라고 칭했지만 솔직히 손발톱 정리에는 조금 강박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큐티클과 부드럽게 깎인 손톱 산, 까스랭이 없는 문들 한 손톱 밑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네일아트는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건강하게 살짝 분홍빛이 도는 손톱이어야 한다. 핸드크림을 바른 후 윤기 나는 손톱을 바라보면, 순간의 긴장이 늦춰지고 안정감도 느껴진다.
반면 정신이 없어 손톱 정리를 못하고 외출한 날엔 어쩐지 자신감이 부족하다. 어서 귀가하여 깨끗하게 세신 후 손톱 정리를 하고 있는 이미지를 그리느라 정신도 없다. 때문에 나의 기본은 강박이라 칭해도 어쩔수가 없다.
기본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었는데 대뜸 손톱 이야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나에게 기본이란 이런 것이다. 잘 정리된 기본은 내 삶에 스며들어 뻣뻣한 근육을 녹인다. 작은 손톱으로 내 하루의 품위를 장착하는 것처럼 일의 기본, 운동의 기본, 음악의 기본 등을 잘게 쪼개어 하나씩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 삶을 이루는 몇 가지 카테고리에 적격한 기본만 장착한다면 유난히 힘들다 싶은 삶의 시즌도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하루 중 반들반들한 큐티클을 보며 잠시라도 안정을 취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