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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Oct 17. 2017

볼로네제 파스타를 요리합니다

소스를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파스타를 요리한다.

보통 집에서 파스타를 해먹을 땐, 5-6분만 삶으면 되는 시판용 파스타면과 시판용 소스를 가지고 파스타를 한다. 내가 추가적으로 하는 것은 소스를 넣기 전에 마늘을 살짝 올리브유에 볶아서 향을 낸다든지, 토마토소스를 넣을 때 홀토마토 캔을 따서 토마토를 조금 더 넣는다든지, 좀 더 국물이 있게 만들고 싶으면 면수와 치킨 스톡을 조금 많이 넣는 것 정도이다. 사실 이건 라면을 끓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킥을 발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된장이나 간 마늘을 한 스푼 풀거나 등등). 


그래서 집에서 파스타를 요리한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그냥 해 먹는다, 정도의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시판용 소스가 자극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홀토마토 캔을 따서 만들었을 땐 다른 야채들이 집에 갖춰져 있지 않아서 그냥 달랑 토마토와 양파 정도만 넣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먹느니 시판용 소스가 낫네 라는 판단이 들었었다. 


이번 추석을 맞이해서 진짜 파스타 요리를 해보기 위해서 소스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레시피는 언젠가 해봐야지 라고 킵 해두었던 쿠킹하는 사회주의자님 블로그를 참고했다. 그렇지만, 고기와 야채의 비율은 약간 조절했다 (고기 줄임, 야채 많이, 토마토 많이, 허브 좀 더). 


준비물 

- 소고기 700g, 돼지고기 300g(간 것) 

- 중간 크기 양파 4개, 당근 2개, 샐러리 3줄, 다진 마늘 조금

- 버터, 우유, 후추, 화이트 와인, 토마토 페이스트, 바질, 월계수 잎, 페퍼론치노


레시피 

1.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펼쳐두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2. 버터를 냄비에 녹인다. 1KG의 고기가 들어갈 정도이니, 냄비가 사이즈가 꽤 커야 한다. 난 3L짜리 이딸라 주물냄비를 사용했다. 

3.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채 썬 야채를 냄비에 넣고 타지 않게 볶는다. 캐러멜라이즈드 되지 않도록 하고, 수분은 모두 날린다 (20분) 

4. 고기를 다 넣고 센 불에 볶기 시작한다. 타거나 눌어붙지 않도록 조심하며 (30-40분) 

5. 토마토 페이스트를 첨가한다. 원래 레시피엔 170g짜리를 넣었는데, 난 토마토향을 좋아해서 250g 정도 넣었다. 그리고 또 열심히 볶는다. (20-30분) 

6. 진짜 약간 타기 직전, 자꾸 바닥에 눌어붙어서 짜증이 날 때쯤 우유 300ml와 월계수 잎 4장, 바질 1스푼, 페러론치노 조금을 넣었다. 원래 레시피에 타지 않으니 중불로 볶아주라고 하지만, 자꾸 바닥에 눌어붙어서 저어줘야 하고 저어주려니 뜨거워서 불을 낮춰서 세게 저었다가 다시 불을 높였다가를 반복했다. (10-15분) 

7. 화이트 와인을 반 병 정도 넣어주고, 반 병은 옆에 따라 놓고 마시기 시작한다. 그리고 뚜껑을 닫아주고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인다. 20분에 한 번씩 뚜껑을 열고 저어주면 된다는데, 나는 자꾸 눌어붙어서 거의 5-10분에 한 번씩 열고 저어 주고를 반복했다. 

8. 중간중간 수분이 모자라면 우유와 치킨스톡을 섞어서 넣어주었다. 이걸 2시간 정도 더 하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스는 시판용 볼로네제 소스보다 훨씬 강한 맛을 가진다. 고기 향도 강하고, 각종 향이 더 많이 난다. 재료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1시간, 요리를 하는 시간은 총 4시간 정도 걸렸다. 야채를 많이 넣어서 수분을 날리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이 눌어붙었던 것 같다. 그래도 충분히 화려한 맛의 소스를 얻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다음 날까지 집에서 소스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함정). 


페투치네면과 함께 요리한 볼로네제 소스, 주인공은 소스다. 

얼마 전 수요미식회 김치찌개 편에서 집에서 만드는 엄마 김치찌개의 킥은 조리 시간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엄마는 김치찌개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두고, 친구분과 전화 통화하시고, 다른 일을 하시면서 1시간 넘게 끓인다는 이야기. 그리고 불을 가하는 조리 시간이 맛의 비법이다 라는 이야기였다. 


요리는 재미있다. 시간을 들이고 신경을 쓰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특별히 내가 요리에 재능이 없어도, 누군가 재능 있는 사람의 레시피를 컨닝해서 내 나름대로 만들다 보면, 엇 이건 진짜 괜찮은데?라는 행운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기타 링크 

Mario Batali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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