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_승화_0_인트로
인트로: 이 글을 왜 쓰는가?
제 부케는 남편이 잡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결혼식 사진에서 남편은 제 뒤에서 배구선수 처럼 점프를 하고 있죠. 청첩장을 직접 만들었고 결혼식 식순에는 짧은 편지를 적었어요. 결혼식 당일에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다소 실패한 경험도 생겼답니다. 상견례 때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본가 강아지 소유권을 두고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첫 문단부터 혼란스러우시겠죠? 그게 바로 저희 결혼 과정이었습니다. 배경음을 넣는다면 한국 투니버스 짱구 오프닝이 딱이에요. 짱구야!!!
그런데 결혼을 선언한 뒤, 주변의 결혼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신기했어요. 준비 과정, 결혼 이후, 심지어 파혼까지. 누구는 나만의 부엌을 갖는다는데 가슴이 벅차고, 누구는 아이를 기대하고, 누구는 드레스를 입고 예쁜 사진을 찍는 게 행복이고, 어떤 사람은 신혼여행만 기다리고 있고, 또 누군가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결혼식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물론, 모든 게 지긋지긋해 끝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 결혼 기록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결혼 기록을 ‘결혼기’로 묶어서 남기자고 다짐했어요.
결혼식 준비는 끝없는 선택과 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치 결혼생활의 맛보기 버전처럼요. 그런데 너무 압축되어 있어서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준비 과정을 힘들었다고 기억하더라고요. 그래서 선배가 후배에게 건네는 격려가, 어느새 결혼 준비의 일부가 되어요. 그 과정에서 감사한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요. 당장 저희 아버지는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소파 커버 한 장 바꾸는 일까지도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상대가 동의할 때까지요. 물론 이건 '내가 안 해봤지만 해보니까 좋더라, 너도 꼭 해봐라'라는 어른표 충고죠. 그 안에 담긴 진심은 고깃불 앞에서 조용히 새겨들었습니다. 남편과 함께요.
남편은 결혼 전부터 사소한 것도 꼭 제게 먼저 묻고 나서야 진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기에, 저희의 결혼 준비 과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우리는 2023년 6월 30일 처음 만나, 7월 1일 연애를 시작했고, 11월엔 결혼 이야기를 나눴어요. 2024년 4월 결혼박람회 방문을 시작으로 2025년 3월 8일 결혼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안엔 퇴사와 이직, 개명과 신점, 사주까지 수많은 일들이 얽혀 있었습니다. 다툼, 눈물, 화해, 스트레스도요.
그 과정에서 저희는 “우리는 참 다른 사람이구나”라는 걸 절감했어요. 남편은 오히려 그래서 함께하겠다는 확신을 더 굳혔다고 해요. 결국, 많은 결혼 선배님들 말씀처럼 둘이라서 결국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이 ‘결혼기’ 연재.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겪은,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버거운 결혼 준비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결혼이 궁금한 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 결혼을 돌아보고 싶은 분. 혹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솔직한 결혼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저의 이 기록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저희 남편은 새벽부터 일어나 강아지 오줌을 누이고 출근했답니다. 그 집에서 저는 이 글을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