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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페르소나에서 업글인간까지

by 앤디



며칠 전 2020년도 회사 다이어리가 사무실에 배부되었다.

새 다이어리를 보니 2019년 한 해가 가고, 2020년이 다가왔음이 실감 났다. 예전에는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새해 다짐을 써보기도 하고 월별로 야무진 계획들을 세워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학창 시절 수학 문제집의 집합과 명제 그 부분처럼 다이어리는 매번 1월과 2월만 너덜너덜해졌다. 새해를 맞이 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이어리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결심과 변명 없는 실천뿐이라는 것을 느낀 뒤로는 다이어리를 잘 쓰지 않는다. 이번에 2020년 새 다이어리를 받은 김에 2019년 회사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거의 새것과 다름없었는데 회사 교육으로 들었던 사이버 연수 필기만 빼곡히 적혀 있었다.

2019년 한 해는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는 굳이 헤아리지 않으려고 한다. 나 스스로를 오버스럽게 칭찬하지도 매몰차게 꾸짖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안팎으로 혼란스러웠던 가운데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던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이것을 쓰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은 뭐 때문인지)


이 시기에 다이어리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내년 트렌드에 대한 전망들이다. 나 역시 2020년의 트렌드가 정리된 자료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트렌드 코리아 2020(김난도 외 공저)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 주목되는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멀티 페르소나'와 '업글인간'이다. 이 두 가지는 2020년 나의 트렌드이기도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의 내년에는 직장에서의 페르소나와 퇴근 후의 페르소나와의 괴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퇴근 후의 페르소나에 온갖 정성을 쏟아 그 둘 사이의 괴리를 생산적으로 만들고 싶다. 이미 그럴 맘을 품고 있었는데, 멀티 페르소나가 내년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더 반갑게 느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시간적 여유와 자신의 성장에 대한 욕구는 2020년을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업글인간이 되게 한다고 한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 계발형 인간은 2020년뿐 아니라 어느 시절에나 있었을 것이다. 업글인간이 흥미로웠던 건 남들보다 나은 게 아닌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지향하고, 자신을 둘러싼 영역(건강, 취미, 관계 등)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내가 원하는 성장의 모양이 있다. 태생이 멀티형 인간이 아니라 결국 나는 한쪽으로 치우치겠지만, 나를 둘러싼 여러 것들의 균형을 잘 챙겨서 업글인간이란 트렌드를 잘 따라가 보고 싶다.






2020년도의 트렌드와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회사에서 받은 내년 다이어리를 이리저리 들춰보았다. 종이 한 장 한 장 매 상단마다 유명인사들의 명언이 적혀있었다. 빠른 속도로 죽죽 읽어나가다가 어느 페이지에서 멈추게 되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사물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사실 당신 스스로 그것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앤디 워홀]


말 그대로 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지극히 맞는 말이다. 멀티 페르소나에서 업글인간까지 2020년은 이 두 가지만 스스로 변화시켜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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