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의 출근길 BGM

투 대리 프로젝트

by 앤디


작년 12월 서초에서 3일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익히 알고 있던 2호선의 명성. 심호흡을 몇 번이고 했지만 출근시간의 2호선이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나야 고작 3일이지만 이 전철을 타고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어떨까.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 괜히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이지 책을 피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신도림에서 서초까지 2호선 구간은 3일 내내 음악에만 의지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지금 나의 출퇴근 길은 전철 15분에 도보 10분. 30분에서 40분 정도면 집과 회사를 오고 가는 축복받은 직장인이다. 지하철에서 앉지는 못해도 책을 필 공간은 충분하여 주로 짧은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을 때는 나만의 습관이 있는데 집에서 막 출발할 때부터 2-3개의 역까지는 한창 꽂힌 노래를 반복한다. 그러다 회사에 가까워지면 그 리스트를 딱 멈추고 노래를 전환한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나이고 내가 그 가사가 되는 그 순간에 내 발걸음의 종착지가 사무실이라는 것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로 노래를 전환하지 않은 날은 책상에 앉아도 그 여운 때문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9년이 되어도 '출근 전 나'와 '출근 후 나'를 '전환'하는 건 여전히 참 쉽지 않다.

요즘 노래 리스트를 바꾸는 시점부터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주로 듣는 것은 A$AP ROCKY의 노래다. 패션 매거진에서 현재 가장 핫한 래퍼이자 패션 아이콘이라고 소개하길래 검색해봤더니 과연 힙한 청년의 사진이 거기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트렌디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좋아서 요즘 나의 출근길 BGM은 그의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찌그러져야 하는 나와 달리 그의 넘치는 스웨그가 부러워 출퇴근 지문인식기에 스웨그 있게 손가락을 갖다 댔다.




오늘따라 세콤 기계음이 디스같이 들린다.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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