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장 2절
그날 저녁, 모세의 신발은 몹시 지친 채로 집에 돌아왔어요. 하루 종일 양들을 따라다니느라 먼지투성이가 되었고,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은 온통 복잡했지요.
곁에 조용히 놓여 있던 십보라의 신발은 모세 신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어요.
“오늘따라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 있었어?”
하지만 모세의 신발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머릿속에서는 낮에 들었던 그 목소리가 계속 맴돌고 있었거든요.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끈다고? 여든 살 먹은 목동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모세 신발은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어요. “말해도 넌 못 믿을 걸.”
“그럴 리가! 나랑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데. 얼른 말해봐!” 십보라 신발은 한쪽 끈을 삐죽 세우며 재촉했어요.
“오늘, 광야 서쪽으로 양 떼를 끌고 갔었어. 호렙산 쪽으로.”
“아, 시내산이라고도 부르는 그 산?”
“맞아. 먼지도 많고, 양들도 말 안 들어서 정말 지쳤는데… 그러다 어떤 떨기나무 하나를 봤지.”
“그냥 볼품없는 가시나무 말이지? 잎도 성글고 열매도 신통치 않고, 금방 시들어 버리는 애들?”
“게다가 광야에 사니까 빨리 시들거나 바싹 타버리기 쉽잖아. 그동안은 그냥 멀리서 대충 인사만 하고 지냈지. 가시가 뾰족뾰족 달려서 가까이 가기 무섭기도 하고.”
"근데, 그 떨기나무들이 왜?"
“그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더라고. 온통 빨갛게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야!”
“뭐? 불이?!”
“응. 그런데 이상한 건, 불에 타지 않고 멀쩡했다는 거야.”
십보라 신발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정말? 불이 붙었는데도 타지 않아?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서 모세는 뭐라고 했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봐야겠다고. 흔한 광경은 아니니까. 솔직히 난 불똥이라도 튈까 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어.”
“가까이에서 보니까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었어?”
“거기서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났어. 그리고…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셨어. ‘모세야, 모세야’ 하고.”
모세 신발은 그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어요.
“어머나! 너 정말 하나님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거야?”
“응! 그랬더니 모세가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고 대답했지.” 이번에는 살짝 떨리는 모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어요.
“그러면, 가까이 오라고 하셨겠네?”
“아니, 오히려 내가 밟고 있는 땅이 거룩하다며, 나를 벗으라고 하셨어…”
“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너한테 불똥이 튄 거야?”
“사실 내가 오늘 먼지를 너무 많이 뒤집어써서 좀 지저분하긴 했지. 거기는 하나님이 계시는 아주 거룩한 땅이니까.. 그런데 그때 모세의 눈빛이 달라졌어. 뭔가 모든 걸 내려놓는 사람처럼.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집트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을 보셨다면서, 모세에게 그들을 구해 오라고 하셨지.”
십보라 신발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 볼품없는 떨기나무 앞에서 하셨다고? 그런데, 있잖아… 혹시 그 떨기나무랑 모세,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지 않아?”
“무슨 뜻이야?”
“모세가 이집트에서 왕자였다지만,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나와서 이 광야에서 산 지도 벌써 40년이나 흘렀잖아. 떨기나무처럼 별 볼이 없게 된 거지. 그런데 그런 떨기나무가 하나님의 불이 붙으니까 꺼지지도 않고 타지도 않을 정도로 강해졌어. 모세도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목동이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모세 신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어요. “그럼 모세도 평범한 목동에서 강인한 백성의 인도자가 될 수 있는 걸까? 사실… 그때 내가 벗겨질 때, 이런 느낌이 들었어. 하나님이 나보다 더 튼튼한 신발이 되어주시겠구나. 어디를 가든 모세의 발을 지켜주시겠구나.”
십보라 신발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어요. “그럼 이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궁금하겠다?”
모세 신발도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 이집트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이제 기대돼!”
[출애굽기 3장 2절]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