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상자 이야기

출애굽기 2장 10절

by 리오라

“제발, 이 아이만은 꼭 살려주세요… 부탁이에요.”

그날, 요게벳 아주머니의 간절한 눈빛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려요. 그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나는 나일강 강가의 갈대 사이에 조심스레 띄워졌어요. 괜찮을 거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온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지만, 솔직히 그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라요.


고센 땅을 잔잔하게 흐르는 넓은 나일강에는 무시무시한 악어가 살아요. 나는 방향도 모르는 작은 갈대상자라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하지 마음대로 나가지는 못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상자 겉을 감싼 역청 덕분에 물이 새지 않았다는 거죠. 그건 아주 옛날 노아 아저씨가 방주에 바르던 그 재료와 똑같대요.


얼마 전부터 이곳에는 정말 끔찍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어요. 바로 이집트의 왕, 바로가 히브리 여자들이 낳은 남자아이들을 모조리 없애라고 명령했거든요. 히브리 사람들이 자꾸 많아지자 겁이 났던 거죠. 혹시라도 전쟁이 나면 히브리 사람들이 적의 편에 설까 봐요. 그래서 더 심하게 괴롭혔고, 울음소리가 집집마다 그치질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 산파들이 몰래 아기들을 살려냈고, 건강한 아기 울음소리가 슬픈 울음소리 사이에 희망처럼 들리기도 했답니다.

우리 집에도 그 희망 같은 아기가 태어났어요. 너무 귀엽고 건강한 아기였죠. 가족들은 석 달 동안 조심조심 숨겼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어요. 결국, 아므람 아저씨가 가족들을 모아 조용히 회의를 열었어요. 하지만 다들 깊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고,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결국 나는 아주머니의 품을 떠나, 이 소중한 아기를 태우고 목적지도 모른 채 물 위를 떠돌게 되었어요. 하지만 가족들은 말했어요. “하나님이 인도해주실 거야.” 나는 그 말만 믿고 출발했어요. 사실 난 그 하나님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이 아기만은 꼭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아기가 울면 들킬까 봐, 또 무서운 악어가 나타날까 봐 얼마나 조심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조심조심, 부드럽게 살랑살랑 흔들어서 아기를 달랬죠. 그리고 울음이 터질 것 같을 땐 눈을 꼭 감고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저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이 아기만은 꼭 살려주세요…”

그렇게 기도할 때마다 아기는 신기하게도 울음을 그치고 조용히 잠들었어요. 정말 기적 같았죠!


그렇게나 불안하게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제가 어떻게 지금 이렇게 안전하고도 화려한 곳에 있게 되었냐고요? 저도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았어요. 이런 멋진 곳에 내가 있게 된 건, 바로 왕의 딸, 공주님 덕분이었거든요. 아니, 사실은 아주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날도 나는 아기를 달래며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어. 그런데 그 순간, 목욕하러 나온 공주님이 우릴 발견한 거예요! 너무 놀라서 가라앉을 뻔했지 뭐예요. 곧 시녀가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공주님께 가져갔고, 공주님은 아기를 한참 바라보더니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어요.

“이 아기… 히브리 아이구나.”

그 순간, 어디선가 한 여자아이가 조심조심 다가왔어요. 알고 보니, 아기의 누나였어요! 멀리서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아주 지혜롭게도 공주님께 이렇게 말했어요.

“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유모를 데려다 드릴까요?”

그 말에 공주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게벳 아주머니가 나타났어요! 나는 그 순간 너무 반가워서 또르르 눈물이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줌마와 나는 눈빛으로만 인사를 나눴죠. 아기는 아줌마 품에 안기자마자 방긋 웃으며 젖을 먹었고,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아기는 공주의 아들로 입양되었어요. 물론 이름도 생겼답니다! 바로 모세. ‘물에서 건져낸 아이’라는 뜻이에요.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지금은 내가 모세를 매일 보진 못하지만, 가끔 강가에서 그 아이를 보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요게벳 아줌마나 누나 미리암이 몰래 저를 찾아올 때면 소식을 전해주곤 해요. 아줌마의 말처럼 정말 죽을 운명이던 아이가 하나님 덕분에 살아났네요. 언젠가 모세가 더 자라면, 나처럼 누군가를 위험한 곳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출애굽기 2:10] 그 아기가 자라매 바로의 딸에게로 데려가니 그가 그의 아들이 되니라 그가 그의 이름을 모세라 하여 이르되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내었음이라 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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