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가일의 나귀 이야기

사무엘상 25장 32-33절

by 리오라

어느 날, 다윗 장군님이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어요. 한 신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외쳤어요.


“장군님!
나발이 심장마비로 돌처럼 굳었다가,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깜짝 놀라긴 했지만, 바로 눈을 감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했어요.

하나님이 나를 악한 일에서 지켜주시고, 나발에게는 그가 한 대로 갚아주셨구나!

그리고 다윗은 오래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아비가일에게 보냈어요.


한편, 아비가일의 집에서는 나귀 한 마리가 짐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어요. 옆에서 졸고 있던 다른 친구 나귀가 깜짝 놀라 물었죠. “어디 가는 거야? 무슨 준비를 하는 건데?”

“다윗 장군님이 사람을 보냈어. 나를 부르러 말이야.” 아비가일을 태울 나귀는 조심스레 대답했어요.

“정말? 다윗? 사무엘 선지자가 왕이 될 거라 기름 부었던 바로 그 분?”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맞아. 지금은 사울 왕에게 쫓기고 있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이 무려 600명이나 돼. 언젠가 진짜 왕이 될 거야.”

“근데 생각해보면, 아비가일이 없었더라면, 집안이 모두 쑥대밭이 될 뻔했잖아. 다윗 장군님이 화가 단단히 나셔서 군사 400명을 이끌고 쳐들어오실 뻔했지.” 친구 나귀가 말했어요.


그러자 나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어요. “그때 내가 아비가일을 태우고 직접 다윗 장군님을 만나러 갔었지.”

“난 그날, 아비가일이 갑자기 빵이랑 포도주, 볶은 곡식, 건포도, 무화과까지 잔뜩 챙기는 걸 보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니까.”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너도 알다시피 나발은 엄청난 부자였잖아. 물론 옛날 욥 할아버지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는 너도 알지?”

“알지. 양이 삼천 마리, 염소가 천 마리나 되고, 갈멜 근처에 넓은 목장도 가지고 있잖아.”

“그렇게 많은 양과 염소를 어떻게 혼자서 다 지킬 수 있었겠어? 광야에서 지내던 다윗 장군님과 그 부하들이 잘 돌봐주고, 우리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거든.”


"다윗 장군님은 참 고마운 분이시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윗 장군님이 나발에게 예의를 갖추어서 음식을 요청했었어. 양 떼를 지켜준 대가로 말이야. 그런데 나발은 오히려 그를 무시하고 조롱했지.”

“그렇게 미련할 수가 있나…. 창고에 곡식이 그렇게나 많으면서! 정말 은혜를 모르는구나.” 친구 나귀는 혀를 끌끌 찼어요.

“그래서 아비가일이 다급히 나를 타고 달려간 거야.” 나귀가 말을 이어갔어요. “길에서 다윗 장군님과 부하들을 만났을 때, 솔직히 난 너무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아버렸어. 칼을 든 400명의 장정 앞이었거든.”

“그랬구나! 그때 아비가일은 어떻게 했어?”

“용감하게 다윗 장군님 앞에 엎드려 절했어. 그리고는 부드럽고 지혜로운 말로 장군님의 마음을 달랬지. 앞으로 왕이 되실 분이니, 괜히 손에 피를 묻히지 말라고 말이야.”

“와… 정말 대단한 분이네.”

“맞아. 다윗 장군님도 그녀를 칭찬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아차렸어. 그리고는 마음을 돌이켰지. 정말 겸손하시지 않니? 난 그 모습을 보고 ‘아, 이분은 진짜 왕이 될 분이구나’ 하고 느꼈지.”

“그런데 나발은 결국…?” 친구가 슬쩍 물었어요.

“응, 하나님께서 직접 심판하셨어. 다윗 장군님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하신 거야. 그리고 다윗 장군님은 아비가일과의 약속을 지키셨지.”


그때였어요.

아비가일이 나귀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올라탔어요. 뒤따르는 다섯 시녀도 함께였지요. 아비가일을 태운 나귀는 조심조심 길을 따라 걸었어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친구 나귀는 아비가일을 부러운 눈으로 한참이나 바라보았답니다. 하늘에는 따스한 햇살이 가득했고, 나귀들의 귀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속삭였어요. 아비가일은 그렇게, 새로운 길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어요.


[사무엘상 25장 32-33절] 다윗이 아비가일에게 이르되 오늘 너를 보내어 나를 영접하게 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할지로다. 또 네 지혜를 칭찬할지며 또 네게 복이 있을지로다 오늘 내가 피를 흘릴 것과 친히 복수하는 것을 네가 막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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