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이야기

사무엘하 9장 13절+요한복음 15장 13-14절

by 리오라

요 며칠 동안 궁전은 마치 큰 잔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북적거렸어요. 요리사들은 평소보다 두 배는 바빠졌고, 부엌에서는 고소한 냄새와 달콤한 과일 향기가 가득 퍼졌지요. 왕께서 특별히 한 사람분의 식사를 더 준비하라고 명령하셨거든요.


왕의 식탁에는 갓 구운 따끈한 빵, 특별한 향신료로 맛을 낸 양고기, 반지르르한 생선, 그리고 알록달록 과일들이 하나둘 차려졌어요. 식탁 양쪽에는 깨끗한 물병도 조심스레 놓여 있었지요. 제일 나이 많은 요리사가 식탁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다윗 왕과 가족들이 들어와 차례차례 자리에 앉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리를 저는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왕 곁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그 모습을 본 물병이 식탁에게 살짝 속삭였어요. “저 사람 누구야? 며칠 전부터 다윗 왕이랑 같이 식사하던데?”

“아직도 몰라? 이 궁에 처음 올 때 소개까지 했는데?” 왕의 식탁은 한쪽 눈썹을 번쩍 치켜들며 말했어요.

“내가 원래 남 일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 근데 저 사람, 뭔가 좀 궁전 분위기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래도 왕과 함께 식사하는 걸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지.”

물병은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래서, 누구냐고?”

“므비보셋이야.”

“음... 첨 듣는 이름인데? 대단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사울 왕은 알지?”

“알지! 다윗 왕이 그 사람 때문에 고생 많이 했잖아. 엄청나게.”

“맞아. 므비보셋은 사울 왕의 손자야. 그리고 다윗 왕이 가장 사랑했던 친구, 요나단의 아들이지.”

“뭐? 그런 집안의 사람을 다윗 왕이 이렇게 챙긴다고?”

식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요나단과 다윗 왕은 생명처럼 서로를 아꼈어. 요나단은 다윗을 살려주기도 했고. 그래서 헤어질 때, 요나단은 다윗에게 부탁했대. ‘나중에라도 내 가족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아, 그래서 다윗 왕이 므비보셋을 찾은 거구나.”

“맞아. 왕은 오랫동안 사람을 보내 수소문했어. 결국, 사울 왕의 종이었던 시바가 요나단의 아들이 살아 있다고 알려줬지.”

“그래서 데려온 거야?”

“응. 므비보셋은 그때 로데발이라는 먼 마을에서 숨어 지냈대. 가문이 몰락한 왕자였으니까...”


물병은 므비보셋을 힐끔 보다가 다시 물었어요.

“근데, 저기... 걷는 게 불편해 보이던데?”

“어릴 때 큰 사고를 당했대. 도망치다 유모 품에서 떨어져 두 발을 다치고 말았지.”

“에구구... 안쓰럽네.”

“그래도 다윗 왕이 므비보셋을 왕자처럼 대우해주셨어. 사울 왕의 땅도 몽땅 돌려주셨고, 매일 왕과 함께 식사까지 하게 해주셨지.”

물병은 감탄하며 말했어요. “우와... 이 정도면 진짜 특별한 사랑이네.”

식탁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므비보셋은 자신을 죽은 개처럼 아무 가치 없는 존재라고 했어. 그런데 왕은 그를 가족처럼 품어주셨지.”

“정말 대단하다... 원수의 손자였는데, 이렇게까지 은혜를 베풀다니!”

“그래서 우리 주인, 다윗 왕은 진정한 친구였던 거야. 친구와의 약속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지켰으니까.”

물병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사람이 살면서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노력도 없이, 자격도 없이 말이야.”

식탁은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세상에 이런 은혜와 사랑이 또 있을까?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고.”

물병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정말... 그런 친구가 있을까?”

식탁은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어요. “어딘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사랑은 세상을 가장 따뜻하게 만들지.”


그렇게, 오늘도 왕의 식탁에는 은혜와 사랑이 가득 담긴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사무엘하 9장 13절] 므비보셋이 항상 왕의 상에서 먹으므로 예루살렘에 사니라 그는 두 발을 다 절더라

[요한복음 15장 13-14절]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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