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rave #4

낯선 고향

by 리오라
5bf4f33855448a44aa8239de-large.jpg Oberösterreichisches Bauernhaus by Gustav Klimt


[낯선 고향-연길을 지나며]

나희덕


끝없는 들판에 점점이 숨은 집들,

창문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외양간처럼 초라한 집 속의 어둠이 밝혀지자

거기 아직 六畜의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칠십 년 전처럼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에서 돌아온 식구들이

침침한 전등 아래서 감자를 쪼개고 있을

저녁, 나는 낯선 고향을 지나며

그 불 켜진 창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문간에서 오래 서성거리며

누구의 피붙이라고 주어댈 수도 없겠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우리는

서로의 익숙한 냄새를 곧 알아차릴 것 같았다

소나기 후두둑 지나고

빗물 듣는 소리를 듣고 앉아 있으면

언젠가 태어난 적이 있는 처마로 돌아온 듯도 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 불빛을 향해 걸어온 것일까

아니, 그이들은 왜 이리도 먼 곳에

고향을 옮겨와 칠십 년 전부터 살고 있는 것일까

연길 지나 만주로, 간도로 흩어졌던 식구들

가난을 있는 대로 다 살고도 남은 가난이 있어

六畜처럼 도란도란 살고 있는데,

깜박거리는 불빛이 새삼 서러운 것은

누추한 지붕 때문이 아니다

그 불빛 아래 내가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 멀리 떠돌다 여기에 이른 까닭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C_c7tQ9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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