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고향
[낯선 고향-연길을 지나며]
나희덕
끝없는 들판에 점점이 숨은 집들,
창문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외양간처럼 초라한 집 속의 어둠이 밝혀지자
거기 아직 六畜의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칠십 년 전처럼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에서 돌아온 식구들이
침침한 전등 아래서 감자를 쪼개고 있을
저녁, 나는 낯선 고향을 지나며
그 불 켜진 창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문간에서 오래 서성거리며
누구의 피붙이라고 주어댈 수도 없겠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우리는
서로의 익숙한 냄새를 곧 알아차릴 것 같았다
소나기 후두둑 지나고
빗물 듣는 소리를 듣고 앉아 있으면
언젠가 태어난 적이 있는 처마로 돌아온 듯도 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 불빛을 향해 걸어온 것일까
아니, 그이들은 왜 이리도 먼 곳에
고향을 옮겨와 칠십 년 전부터 살고 있는 것일까
연길 지나 만주로, 간도로 흩어졌던 식구들
가난을 있는 대로 다 살고도 남은 가난이 있어
六畜처럼 도란도란 살고 있는데,
깜박거리는 불빛이 새삼 서러운 것은
누추한 지붕 때문이 아니다
그 불빛 아래 내가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 멀리 떠돌다 여기에 이른 까닭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C_c7tQ9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