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네가 태어났단다
서로야 오늘은 네가 태어나고 처음 맞는 새로운 하루였어. 서로를 세상에 나오게 하려고 엄마는 어제 수술을 하셨어. 아빠는 어제 잠깐이지만 널 봤는데 엄마는 수술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해서 널 엄마 배 속에서 나오자마자 잠시만 보고, 그 후로는 볼 수가 없었단다. 저녁에도 수술한 곳이 너무 아파 움직이질 못해서 아빠가 널 보러 가서 찍은 동영상으로만 널 보았단다.
오늘은 엄마가 걷기 운동을 시작했어. 아니 운동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걷기 시작했어, 복도를 천천히... 너 는 지금 병원 신생아실에 다른 아가들과 같이 있어. 엄마는 복도 바로 건너편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고, 아빠는 엄마가 잘 움직이질 못하니까 엄마 치료 잘 받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있단다. 바로 복도만 건너가면 서로가 있지만 너를 보러 가려면 병원에 허락을 받아야 해. 너와 네 친구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이 있는 곳에 어른들이 막 들락거리면 아이들한테 안 좋을 수 있거든. 그래서 서로가 있는 방 선생님이 '아가 보러 오실 수 있어요.'라고 연락해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선생님이 연락을 안 해 주셨어. 왜냐면 다른 엄마들은 아가한테 엄마 젖을 줄 때 아가들을 보러 가면 되는데 서로 엄마는 아직 서로한테 줄 젖이 안 나와서 기다려야 되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다른 아가들한테 다른 엄마들이 젖 주시는 시간 먼저 챙기시다 보니까 아직 서로한테 젖을 줄 수 없는 서로 엄마한텐 미처 연락을 못 주셨나 봐. 엄마랑 아빠가 선생님한테 먼저 연락을 했었으면 선생님이 '젖은 줄 수 없지만 몇 시에 오세요.' 하셨을 텐데... 엄마랑 아빠는 원래 누가 뭘 시키면 답답할 정도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들이거든, 그래서 처음에 기다리라고 하셔서 기다리고만 있었어.
근데 엄마는 서로가 너무 보고 싶었나 봐. 복도에서 걷기 운동을 하다 말고 네가 있는 방 앞에 계속 서 있었어. 아빠랑 둘이서 저기 저쪽에 멀리 보이는 아기가 서로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아까 말한 것처럼 맘대로 네가 있는 방에 들어갈 수가 없거든. 그렇게 한참을 기웃거리면서 서 있는데 네가 있는 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다른 일 때문에 잠깐 나오시는 거야. 엄마가 그분이 볼일 다 마치시고 다시 그 방에 들어가실 때까지 그 앞에 서서 기다리더라구. 그리고 그분이 다시 들어가시려고 할 때 그분한테 부탁했어. 서로 좀 보여달라고. 방금 말한 것처럼 엄마가 원래 그렇게 하시는 분이 아닌데 서로가 그렇게나 보고 싶으셨나 봐.
아빠는 서로를 창밖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엄마는 너랑 잠깐 같이 있을 수 있었어. 엄마는 널 만나고 오고 나 서는 걷기도 훨씬 잘 걷고 아픈 것도 많이 없어졌대. 내일부터는 젖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지만 젖 주는 시간에 불러주신다고 하셨어. 오늘도 엄마가 서로한테 젖을 주셨대. 비록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서로가 젖을 빨고 나서는 트림을 했대. 얼마나 귀여웠을까? 빈 젖을 먹고 트림하는 네 모습이 아빠가 본 것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서로야 지금 밖에는 무서운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어. 새로 발견된 감기라서 예방 주사 도 없고 치료 약도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고 있단다. 이제 이틀 밤만 더 자면 조리원으로 갈 거고 거기서 2주를 지내면 집으로 가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 엄마나 아빠가 그 감기에 걸려서 서로한테 옮길까 봐 그래서 서로가 아플까 봐. 그래서 엄마 아빠는 계속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어. 빨리 이 무서운 감기가 없어지게 해 달라고 그래서 서로랑 엄마 아빠가 걱정 없이 집에도 가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만나러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뉴스를 보면 너무 복잡한 마음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을 지켜 주실 거야.
서로 오늘 하루 어땠어? 너는 아직 밤낮 구별이 없어서 하루가 어떤 건지, 잠자고 먹는 것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옆에 친구들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렴. 잘 자고, 엄마가 내일 너 보러 가실 거야. 아빠도 서로 보고 싶어. 우리 빨리 퇴원하자.
이 글은 21년 3월 20일 발행된 저희 가족의 책 [서로에게]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이 매거진은 [서로에게]에서 가져온 글로 8회 연재후 완결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