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의첫날+병원진료

혼돈의 이틀

by 친구를 만나다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드디어 집으로 간다.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다. 조리원에서 아기 목욕시키는 법을 비롯해서 수유할 때 주의할 점, 재울 때 주의할 점, 기타 등등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조리원은 병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먼 길을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가 집에 오면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은 병원에 입원하기 전부터 집에 다 쌓아 두었다. 수유에 필요하다고 해서 주문한 물품, 누군가가 선물해 준 기저귀, 친구들이 모아준 아기 옷과 용품들이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벙커 침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미리 주문했으나 배송 출발도 안 하고 전화도 받지 않아서 엊그제 다른 회사 걸로 다시 주문했다.


집에 도착했다. 아이를 침대에 바로 눕혀야 하는데 벙커 침대가 없어서 첫 스텝이 꼬였다. 친구가 유아용이 아 닌 아동용 원목 벤치를 주었는데 거기에 이불을 깔고 임시 아기 침대를 만들었다. 서울시에서 출산 장려 선물로 보내준 역류 방지 쿠션도 옆에 두었다. 이제서야 서로를 바구니 카시트에서 꺼낸다. 한숨 돌리나 했지만 바로 수유시간이다. 누가 준 수유쿠션이 있는데 못 찾겠다. 일단 아이가 배고프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쿠션과 베개를 이용해서 수유를 했다. 분유 보충을 위한 젖병은 조리원에서 우리가 쓰던 것을 챙겨 주셔서 그걸 사용했다. 조리원에서 서로가 먹던 분유도 한통 사 왔다. 우리가 준비한 새 젖병들과 집에서 처음 먹은 젖병을 닦아본다. 아이를 위한 젖병 세제, 젖병 전용 솔로 난생처음 젖병을 닦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씻은 후 스팀 살균 - 스팀 살균기를 샀다. - 을 하고 온풍 건조 - 온풍 건조기를 샀다. - 를 한다. 애들 다 키운 친구에게서 얻어온 젖병 소독기에 넣고 램프를 켜서 살균을 시작했다.


이제 다 된 건가? 싶은 그때 엄청 배가 고프다. 아침 먹 고 아무것도 안 먹었다. 집에 어른 먹을 음식은 하나도 없다. 라면을 먹으려고 해도 수유 중인 엄마는 안된다. 밖에 나가서 만둣국이랑 김밥을 포장해왔다. 둘이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었다. 엄마는 밖에서 파는 음식이라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허기를 달랠 정도만 먹고 초인적인 힘으로 버텨냈다.


장모님도 병원과 산후조리원 면회가 허용이 안되었기 때문에 출산 후 산모도 아기도 한 번도 못 보셨다. 밥을 먹고 처갓집으로 가서 장모님을 모시고 왔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셔야 하는 여정인 데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대중교통은 불안해서 차로 모시러 다녀왔다. 이제 뭔가 마음이 든든하다. 어른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도 장모님 찬스로 냉장고에 든든하게 채워졌다. 그 사이 아내는 한 번 더 수유를 했다. 정말이지 수유하고 돌아서면 다시 수유를 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서로가 두 시간 반마다 깨니 엄마도 아빠도 같이 일어난다. 신생아는 어떤 느낌인지 모르 겠지만 어른 둘 다 자는 게 자는 게 아니다. 아이가 먹고 트림하고 재우는 시간, 잠들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빼 면, 정말 눈 감았다 뜨면 아이가 배고프다고 보채는 느낌이다.


무척 피곤하고 머리 아프고 암튼 곤란한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병원도 가야 한다. 서로의 첫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다. 남들은 조리원 막바지에 소아과 외래진료를 간다는데 우리는 월요일 퇴원이라서 그런지 조리원 나오는 게 일요일이 되었고 외래진료는 월요일로 잡혔다. 병원 퇴원하는 날은 그런 스케줄을 보면서도 뭐 집에서 병원으로 가면 되지 뭐 했는데 막상 당일 아침이 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반 소아과 진료 말고 이비인후과 진료도 받아야 한다. 신생아실에 있을 때 청력검사를 하는 데 한쪽이 재검이 나와서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소아과 진료 있는 날 이비인후과도 같이 잡아주셨다. "우리 병원이 원래 재검이 많이 나와요."라며 안심시켜 주시긴 하셨다.


일단 짐을 챙겼다. 서로가 태어나고 처음 챙기는 외출 가방이다. 기저귀 넉넉하게, 물티슈 큰 거 한 개랑 작은 거 한 개, 거즈 손수건 넉넉하게, 분유 넣은 젖병 3개, 끓인 물 담은 보온병, 끓여서 식힌 물 담은 보온병, 갈아입힐 배냇저고리 두 벌, 기저귀 갈 때 쓸 깔개와 만일을 위해 대비한 패드... 또 뭐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챙겼다. 아이를 바구니 카시트에 담았다. 이사한 후 거주자 우선 주차를 신청했는데 집 근처에 빈 공간이 없었다.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에 배정받은 우리 주차 구획에 가서 차를 가져왔다. 아이와 아내를 싣고 출발한다.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진료 시간까지 여유가 없다.


아침 시간이라 차가 막힌다. 병원에 도착하니 진료시간이 3분 정도 지났다. 아내가 일단 가서 접수를 하기로 하고 앞장서고 내가 아이를 카시트 채로 안고 뒤따랐다. 카시트는 차에 두고 아이만 안고 갈 수는 없었다. 대기 시간에 서로를 내려놓아야 하면 바구니 카시트에 놓고 수건으로 덮어 주려고 했다. 어제 집에 처음 갔고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유모차가 있긴 하지만 서로가 탈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었다. 카시트 채로 같이 들고 가니 아무리 들고 다니게 만든 카시트라도 무겁긴 하다. 진료 조금 늦는다고 진료를 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순서가 뒤로 밀려 시간이 많이 지체되면 이비인후과 진료 때문에 곤란하다. 어린이 병동은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가야 했다. 몸도 온전치 않은 아내가 뛰듯이 앞서가더니 코너를 돌아서 사라졌다. 나도 코너를 돌았더니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밀폐된 공간은 아무래도 꺼림직하다. 계단으로 올라간다. 접수하는 곳으로 가니 아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다.


대기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일반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고, 혹시 모르니 3개월 정도 지 나서 엉덩이 위쪽 부분, 척추 끝부분에 초음파 검사를 해 보자고 한다. 그쪽에 주름 모양이 약간 안 좋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 예약을 하고 소아 이비인후과 쪽으로 갔다. 아이가 배고플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 일단 갔다. 갔더니 아이를 재워서 오라고 한다. 자고 있어야 검사할 수 있다고. 배가 차야 잘 것 같아서 수유실에 가서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했다. 처음 보는 곳인 데다 엄마 아빠랑 아침부터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녀서 서로도 흥분 상태인지 잠이 잘 들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이미 충분히 지쳤고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검사받고 의사 선생님 진료까지 받아야 끝난다. 빨리 자자. 그래야 검사받고 집에 간다.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검사실에 가서 잠들었다고 말하니 순서가 될 때까지 다시 또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안절부절못하면서 재웠는데 이제 또 깰까 봐 조마조마하다. 겨우겨우 검사를 하고 선생님을 만났는데 확실하게 정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그런데 정밀검사를 한다고 청각에 문제가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정밀검사를 하고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니?


아이가 들려요! 안 들려요! 표현을 할 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기는 한데 만약에 청각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그렇게까지 성장해 버리면 청각재활을 위해 손을 쓰는 게 너무 늦어지기 때문에 검사를 해야 한다. 정밀검사는 3개월 후에 하는데 아이의 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약의 양을 주입해서 재운 후 한다. 아이에 따라 잠이 안들 수도 있다. 그러면 아기한테 약을 더 넣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날은 검사를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


계속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명확하지 않고 몽롱하게 들리면서도 이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만은 뚜렷하게 올라온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BCG(결핵 예방 백신)를 맞으러 갔다. 우리 때는 불주사라고 해서 맞으면 어깨 쪽 팔에 동그랗게 부어올라 자국이 남았는데 요즘엔 정사각형 모양으로 가로세로 열 맞춰서 옅은 점처럼 주사 자국이 있길래 이게 바뀐 거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는 예전처럼 어깨 쪽에 자국이 남는 주사 한 방으로 놔준다고 했다. 자국이 덜 남는 방식은 주사되는 양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국이 옅은 네모로 남는 주사로 맞고 싶으면 다른 소아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일단 왔으니 맞고 가야겠다는 생각과 주사액 정량이 확실하게 들어간다는 말에 두 번 생각 안 하고 맞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길고 긴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아이를 내려주고 우리 거주자 우선 주차구획으로 가서 차를 대 놓고 15분을 걸어서 다시 집으로 간다. 서로와 엄마는 또 수유를 하고 있겠지? 아직 오후 3시쯤인데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힘든 하루였다.


++ 3개월 후에 엉덩이 쪽 주름 초음파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청각 정밀 검사는 하지 않았다. 신생아 때는 서로가 잘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100일 지나고 나서부터는 잘 들린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잘 때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 옹알이도 개월 수에 맞게 하는 것 같다. 가끔씩 불안할 때도 있지만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역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고관절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초음파 검사도 했고 얼마 전에 X-레이 검사도 했다.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두 돌 지나고 한 번 더 X-레이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제 1년 동안은 큰 병원에 갈 일이 없다. 서로야! 언제가 되었든 큰 병원에는 정말 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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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거진은 21년 2월 20일 출간된 저희 가족의 책 [서로에게]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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