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책이 있나?+일단 쓰고 봅시다

by 친구를 만나다

지난번 모임, 쉴 틈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 얘기가 이어졌다. 책과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무한대로 나오던 중 결론은 '다음 모임 때는 집에서 인생 책을 하나씩 가져오자!'로 이어졌다. 다음 주도 책 얘기 실컷해보자는 뜻이었을까?^^


집에 있는 인생 책이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사람은 책이 제일 골칫거리다. 출판을 시작한 이후로는 '산'책과 '팔'책이 합쳐져서 정말 버겁게 많다. 웬만한 책은 사무실에 두었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사무실도 정리하고 사업자도 집으로 옮기면서 많이 정리하고 정말 엄선에 엄선을 거듭한 책만 박스에 보관 중이다. 박스를 열어보니 「좀머 씨 이야기」가 보인다. 96년 스무 살 생일에 교회 후배가 선물한 책이다. 잊고 있었는데 책에 메시지가 쓰여 있어서 기억이 났다. 이 책을 그 와중에 안 버리고 25년이나 들고 다녔네! 왜 지? 내가 좋아하는 꼬마 니꼴라의 삽화를 그린 쟝 자크 상페의 그림 때문인가? 이제 보니 이 조합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책의 삽화를 쟝 자크 상페가 그렸다니...

책날개를 들춰보다 생각이 났다. 이 책의 핵심 문장.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래 내 인생의 모토였지! 날 그냥 놔두시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날 특이한 사람이라 평했고 난 남들과 다른 모습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했다.

이게 내 인생 책이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 이 책이 마음에 닿았을까? 이 책을 보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걸까?


다른 분들의 인생 책을 본다. 너무도 힘든 시간의 탈출구가 되어준 책, 사춘기라는 살짝 방황하는 시절, 계속되는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면서 내 지금 마음도 다정하게 보듬어 준 책... 다른 분들의 인생 책도 그들의 삶과 닿아 있고 닮아있다.


내가 본디 그런 사람이었는지 책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거다. 사실 뭐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이 모습으로 살아가는 오늘이 중요하고 또 다른 책을 만나는 하루가 흥미로울 뿐이다.


벌써 8번 중에 2번의 모임을 마쳤다. 6번밖에 안 남았다. 어쩌지? 무언가 성과를 남기는 것은 잊기로 했지만 우리가 모였던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일단 쓰자고 했다. 마음속에 쓰고 싶었던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지만 뭐가 되든 일단 쓰자고 했다. 쓰면 남는다. 쓰면 그 글들이 알려 줄 것이다. 우리가 왜 모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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