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음식

음식 이름 없이 음식 소개하기

by 친구를 만나다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누군가 나에게 이상형을 물어봤는데 이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지금이었다면 (요즘도 이상형을 물어보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대답은 '빻은(?)'소리 한다고 욕먹기 딱 좋았겠으나 20년 전에는 그냥 거리낌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였음이 새삼스럽긴 하다.


사실 당시 제대하고 자취를 하고 있었지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집에서는 잠만 자고 주말도 없이 나다니느라 집에서 무언가를 해 먹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라면 한 박스와 친지들에게서 얻어온 김치가 내가 보유한 식료품의 전부였다. 가끔씩 계란을 사면 상하기 전에 먹어 치우려 도구만 프라이팬, 냄비, 다시 프라이팬으로 바꿔가며 간단한 가열을 하긴 하였으나 그 외의 식재료를 사 와서 조리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요리에 대해선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것도 재료 준비해서 볶으면 끝인 줄 알았다. 이제 와서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고 그 당시 나의 헛소리를 떠올리자니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다.


가끔씩 백반집에서 밑반찬으로도 나왔지만 집에서 하는 것과 맛이 달라 같은 음식이라 칭하기는 괜히 내가 자존심 상했다. 내가 이거 잘 만드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찾았던 계기는 군대에서 이 음식이 반찬으로 나왔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름은 같았으나 전혀 다른 비주얼과 맛에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고 다음부터 메뉴에 그 음식이 있으면 기대를 내려놓았다. 아마도 손이 많이 가서 만든 것과 대량으로 급하게 만들었을 때 맛의 차이가 큰 음식이어서 백반집의 메인도 아닌 사이드가 되었을 때나 군대에서는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 음식은 간판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이걸 전문적으로 파는 집도 나는 가본 적이 없다. 백반집은 물론 뷔페에도 나오고 한정식 집에서도 나오지만 이거 1인분에 얼마! 해서 파는 집도 잘 없다. 이것 맛집도 들어본 적 없다.(아! 중국집엔 00 밥이 있다.)

다들 좋아하지만 맛있게 먹으려면 주방을 어느 정도 어지럽혀야 먹을 수 있는 이 음식! 나는 아직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면서 나도 그냥 한국 아저씨로구나!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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