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종말

경력 사다리 아래칸이 사라진 미국의 청년 노동시장

by 너부리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에린 맥도웰(24)은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지난 18개월간 103개의 이력서를 제출했음에도 면접 기회를 받은 건 손에 꼽힌다. 지금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 “이력서를 던질 공고조차 없는 날이 더 많아요.” 그녀는 절박하게 말했다. 이 사례는 많은 젊은이들이 AI 도입 이후 실질적 신입직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¹.



2025년 6월 기준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4.1%다². 그러나 이 수치는 착시일 뿐이다. 22세에서 27세 사이의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5.8%로, 고등학교 학위조차 없는 젊은층과 유사한 수준이다. 대학 학위가 더 이상 노동시장 진입의 보호막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학위 소지자와 비소지자 간 실업률 차이를 나타내는 ‘안전 프리미엄’은 불과 -2.8%p로 축소되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³.


변화는 조용하고도 치명적으로 이뤄졌다. 기술·금융·법률 분야는 전통적으로 신입에게 배정되던 문서 정리, 보고서 작성, 거래 입력 등 반복적 업무를 AI로 대체했다.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등 주요 투자은행은 주니어 애널리스트의 채용을 3분의 2까지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KPMG·Deloitte 등 컨설팅 대기업은 2024년 신입 채용 계획을 18~29% 축소했다⁴.


2023년 LinkedIn 조사에 따르면 ‘신입직’으로 분류된 채용 공고의 35%가 최소 3년의 경력을 요구했다. 소위 ‘경험 없는 신입’이 들어갈 자리는 사라졌고, 노동시장의 입구는 봉쇄됐다. LinkedIn의 경제기회 담당 책임자 아니쉬 라만은 이를 “경력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⁵. 이는 단지 채용의 감소가 아니라, 구조 자체의 붕괴다.


AI가 신입직을 줄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도 있다. 일부는 이를 일시적 채용 둔화나 경기 순환의 문제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채용공고 감소의 시계열적 흐름은 구조적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2021년 1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신입직 공고는 11.2% 감소했고, 경험 요구 없는 직무는 76월의 신입 채용은 2022년 동기 대비 44%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⁶.


한편, 대학 교육의 가치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고학력자가 더 낮은 실업률과 높은 소득을 기록했으나, 지금은 그 격차가 희미하다. 학위가 있는 20대 남성의 실업률은 7%, 여성은 4%로 집계되며², 여성의 고용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반적인 ‘대졸 프리미엄’은 현저히 낮아졌다. 특히 많은 고용주들이 기술·물류·고객 서비스 분야 등에서 학위 요건을 조용히 폐지하고 있다는 점은, 능력 기반 채용이라는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⁷.



이러한 전환에서 가장 뒤처지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대학이다. 커리큘럼은 AI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구식 기술을 배우고 나오는 셈이다. 이에 반해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신속히 적응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는 ChatGPT가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AI 자격증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인텔과 협력한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는 ‘AI for Workforce’ 커리큘럼을 통해 파이썬 기반 AI 기초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⁸.


기업은 AI 기술에는 적극 투자하지만, 해당 기술을 운영할 인력 교육에는 소홀하다. 93%의 미국 기업이 AI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반면, 최고 인사 책임자의 절반 미만만이 직원 대상 AI 교육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기술 업계는 이 수치가 38%로 더 낮다. 이는 신입직 붕괴를 가속화하고, ‘AI는 알고 있으나, 다룰 수 없는 세대’를 양산하고 있다⁹.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앞으로 5년 내에 신입 화이트칼라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¹⁰. 하지만 이는 단순한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다. 경력 사다리의 하단이 무너졌다는 것은, 중간 관리자층의 파이프라인 자체가 붕괴되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몇 년 후에는 경험 많은 인재도 사라질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오늘의 졸업생만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과 사회 전체다.


Footnotes


1. CBS News. “Recent college graduates face a new obstacle in finding a job: AI.” 2025.

https://www.cbsnews.com/news/ai-jobs-unemployment-college-graduate/

2. Bureau of Labor Statistics. “THE EMPLOYMENT SITUATION — JUNE 2025.”

https://www.bls.gov/news.release/pdf/empsit.pdf

3. AInvest. “College Degree Job Advantage Shrinks to 2.8%.” 2025.

https://www.ainvest.com/news/college-degree-job-advantage-shrinks-2-8-2507/

4. Scottish Financial News. “Big Four slash graduate jobs as AI takes over entry-level tasks.”

https://www.scottishfinancialnews.com/articles/big-four-slash-graduate-jobs-as-ai-takes-over-entry-level-tasks

5. Aura Intelligence. “Entry-Level Hiring Trends 2025: Strategy, Skills & AI Insights.”

https://blog.getaura.ai/entry-level-hiring-trends-2025

6. Gusto. “Graduating into a Slowdown: Class of 2025 Meets a Frozen Job Market.”

https://gusto.com/resources/gusto-insights/new-grad-hiring-report-2025

7. Thoughtful. “AI and the Workforce: Preparing for the Jobs of the Future.”

https://www.thoughtful.ai/blog/ai-and-the-workforce-preparing-for-the-jobs-of-the-future

8. LaGuardia Community College. “Artificial Intelligence (AI) Certification Program.”

https://www.laguardia.edu/ce/career-skills-training/artificial-intelligence-ai-certification-program/

9. Times of India. “AI is taking over 93% of US workplaces but only half are trained to use it.”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education/news/ai-is-taking-over-93-of-us-workplaces-but-only-half-are-trained-to-use-it-whos-falling-behind-and-why/

10. Entrepreneur. “AI Is Taking Over Entry-Level Tech Jobs: Anthropic CEO.”

https://www.entrepreneur.com/business-news/ai-is-taking-over-entry-level-tech-jobs-anthropic-ceo/49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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