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청소부

(1)

by 정서정



어딜 가도 청결을 빙자한 약품 냄새가 자욱한 병원에는 병의 어두운 그림자를 등에 짊어진 환자들이 우울한 얼굴로 비척비척 걸어다녔다. 아무리 병원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다들 우중충한 얼굴을 한 환자들 틈에는 환자복 차림인데도 멀쩡한 걸음걸이로 빠르게 걸어다니며 의사와 간호사에게 온갖 지적질을 하는 김장관도 있었다. 의사에서 병원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역임했다는 그는 병원에 입원한 첫 날부터 시도때도 없이 지적질을 해댔다.



“너 이 주사바늘 깨끗이 소독한 것은 맞아?”


“장관님, 이 바늘 일회용입니다. 바늘 재사용하면 큰일 나는거 아시잖아요.”


“공장에서 이거 만드는 놈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는 엄밀히 말하면 전 장관이었다. 이십 몇년 전, 정권의 비호아래 장관이 되었던 그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복지정책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물론 자진한 사퇴는 아니었다. 대통령 이하 참모진들이 간곡히 부탁하여 책임진다는 명목 하에 그만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장관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매번 불같이 화를 내는 그를 피해볼 요량으로 늘 그에게 장관님, 장관님, 굽신거렸다.


이제 여든을 훌쩍 넘어 아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또래보다 건강했다. 그 나이에도 이 하나가 빠지지 않았고 머리숱도 많은 편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을 위해 늘 홍삼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는 아침 저녁으로 홍삼과 여러가지 건강식품을 챙겨먹었다. 굳이 따지자면 꽤 어려보이는 70대 초반의 얼굴이지만 사람들은 그가 동안이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아 굳이 아는척 하지 않았다.


그가 온 병원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입원 첫 날 부터였다. 그가 이 병원에 입원한다는 소식이 뉴스와 석간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기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병보석이라고 하면서 휠체어를 탄 그의 힘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는 그만 보면 아프지도 않은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 전 장관이라고 잘난 체 하더니 뒤로는 평생 뇌물이나 주고받는 인간이었다고 혀를 차는 사람도 많았다. 그럴수록 그는 뻔뻔하게 굴었다. 자신을 쳐다보거나 수군대는 사람들에게 가서 소리를 꽥 질렀고,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온갖 행패를 일삼았다.


그런데도 그가 병원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은, 이 병원의 원장이 그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병원장에서 물러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그의 아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아들이 서른 아홉 되던 해였다. 의사들의 불평이 터져나왔지만 그는 눈 한 번 깜짝이지 않았다. 그는 평생 살아온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었고, 그의 기준에서 이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별로 아픈 데도 없지만 병보석 때문에 병원에서 시간을 죽이는 데 이골이 난 김장관이 자주 하는 놀이가 하나 있었다. 병원에 있는 남자화장실을 청소하고 나오는 여자 청소부를 기다렸다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는 취미가 있느냐고 헛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그는 이 놀이를 아주 좋아해서 틈만 나면 남자화장실 앞을 기웃거렸다. 전원이 나이든 여자로 구성된 이 병원 청소부들은 의도적으로 입구에서 기다리거나 청소중인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서 음담패설을 일삼는 김장관 때문에 수치심이 든다고 호소했다. 결국 그가 자주 나타나는 3층 남자화장실은 김장관이 입원한지 열흘만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 하던 청소를 한 번으로 줄였다.


방금 전, 간호사실에 가서 호통을 잔뜩 치고 병실로 온 김장관은 아무도 없는 병실이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다. 뭘 좀 해볼까 고민하던 찰나, 시계를 보니 딱 3층 남자화장실 청소를 할 시간이다.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지끈대는 다리를 끌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김장관의 몸짓은 80이 넘은 노인의 몸놀림으로 보기에는 꽤 날랬다. 복도를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몸짓도 그랬다.


힘을 다해 빠르게 걸어 목적지까지 도착한 김장관은 급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남자화장실 입구 한가운데에 청소중이라는 노란 알림판이 놓여있었다.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벽을 짚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곧 노란 알림판을 옆으로 밀치고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괜히 건들대는 걸음걸이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생각과 다른 상황에 화장실 안을 둘러보던 그의 귀에 조그맣게 바스락대는 비닐봉지 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 누구요?”


“청소중입니다.”


“아이구, 여자가 남자화장실엔 무슨 일이오? 남자가 궁하신가?”


“청소중이라니까요.”



음흉한 김장관의 수작질에 따라붙은 목소리는 칸막이 안쪽에서 들려왔다. 덜그럭 덜그럭 쇳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쓰레기통을 치우고 있는 것 같았다. 김장관은 소리가 난 문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가 거의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칸막이 문이 벌컥 안으로 열렸다. 그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청소부 할머니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어…….”



평소 같으면 벌써 음담패설을 시작했을 김장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나이든 청소부 할머니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얼굴을 보고 지내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칸막이 앞에 딱 버티고 서있자 인상을 팍 찡그린 청소부 할머니가 말했다.



“비켜주세요.”


“아, 그래요.”



김장관은 그답지 않게 순순히 물러났다. 그는 이제 세면대 청소를 시작한 청소부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나를 아시오?”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나잇살 들어보이는 노인양반이 아직도 혈기를 주체를 못해설랑. 쯧쯧. 청소 중이니까 나가요. 쭈그렁방탱이가 돼서도 정신을 못차리고. 에잉. 쯧쯧.”



청소부 할머니는 거울로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다시 청소에 열중했다.



“잘 생각해 보시오. 나 복지부 장관 지낸 김종도라고 하는데, 정말 모르시오? 내가 그쪽 낯이 익어서 그래요.”



김장관은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했다.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 낯이 익은 건 처음이었다. 오래 전 잘 알던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청소부 할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김장관은 자신이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냥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갑자기 청소부 할머니가 그를 불러세웠다.



“그쪽이 김종도씨라고요?”


“아 그렇다니까는. 나를 몰라요?”



김장관이 자기 얼굴을 들이대자 그가 고무장갑 낀 손에 들고있던 수세미를 바닥에 탁 던지더니 김장관의 환자복 멱살을 꽉 잡았다.



“아이고! 사람 살려.”


“김종도라고? 쯔쿠미찌 이놈!”



청소부 할머니가 크게 소리질렀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되어 멀뚱멀뚱 분위기를 파악하던 김장관은 잠시 후 할머니의 말을 이해하고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다, 당신 누구야? 너 누구냐고!”


“내가 누군지 알면 네 놈 죄가 사라지냐! 이 왜놈새끼야!”


“으악! 사람살려. 아이고!”


“내가 누구인지는 천국 간 우리 아부지한테나 물어봐라! 네놈이 빨갱이로 몰아 죽인 오태석이 우리 아부지니까!”


“이것 놔! 아이고!”


김장관은 젖먹던 힘까지 써서 청소부 할머니의 손을 겨우 떼어내고 줄행랑쳤다. 남자화장실을 빠져나와 도망가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손이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쯔쿠미찌! 70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자신도 잊고있었던 이름이었다. 어떻게 숨겨온 과거인데. 눈앞에 이 모든 사실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경순씨는 올해로 일흔 둘이었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혼자 살려니 만만치 않았다. 저축했던 돈은 금방 떨어졌고 물가는 해가 지나기 무섭게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그래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처음 청소 일을 시작했던 것도 벌써 십삼 년 전이었다. 그는 배움도 짧고 기술도 없어 아무 자격이 없어도 되는 청소일을 하게 되자 마냥 좋았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매달 손에 작은 돈을 직접 벌며 일하는 재미가 생겨 일흔이 넘어서도 일을 그만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다녀볼 심산이었다. 십년 넘게 여러 빌딩을 청소했지만, 새로 담당을 맡은 화장실에서 평생의 원수를 만날 줄은 경순씨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본래는 대기업 본사 빌딩 청소를 했었는데 파견업체 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경순씨는 전보다 거리도 멀고 조건도 안좋아서 싫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할 사람은 많으니 하든지 나가든지 하라는 젊은 사장의 말에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출근했다. 그리고 그 첫 날, 원수놈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쪽이 김종도씨라고요?”



그냥 허다한 변태겠거니 했던 생각이 싹 사라지고 경순씨의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종도(從道)’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달 전, 열세 살 경순씨는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책상머리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경순씨가 책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아버지는 흰 종이에 한자로 ‘從道(종도)’라는 글자를 몇 번이고 쓰고 있었다.



“아부지, 이게 뭐예요?”


“쯔쿠미찌. 아부지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 일본인 지주가 있었거든. 그 지주의 아들놈 이름이지.”



경순씨의 아버지는 자못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 아들놈이 왜요?”


“해방되고 일본으로 돌아갔거나 죽었을 줄 알았더니만, 멀쩡하게 살아서 육군 군의관을 하고 있지 않겠니. 한국 사람 행세를 하면서 말이다. 이름도 바꿨더구나. 김종도라고.”



더 젊었을 적, 조선이 일제의 압제에 고통받던 시절에 경순씨 아버지는 독립운동에 기꺼이 제 한 몸 투신했다. 그는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타고난 성정이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일제의 발밑에서 신음하던 조선이 해방되고 분단되어 동족간에 벌어진 참혹한 전쟁까지 모두 겪은 그는 늘 조국을 안타까워했었다. 비록 조국은 그의 애국을 기억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늘 한결같았다.


사람들은 정의가 밥 먹여주느냐고 가난한 그를 비웃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정확하게는 쯔쿠미찌를 만나고 온 다음부터 그는 조금 이상해졌다. 마음속에 쌓인 화가 시도때도 없이 분출되었다. 아직 어렸던 경순씨는 예고 없이 문득 고함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무섭기만 했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면 경순씨가 영원히 잊지 못하는 기억이 하나 있다. 그 날은 모처럼 아버지가 쉬는 날이라서 함께 읍내에 나가 자장면을 먹기로 했었다. 가난한 경순씨 가족은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을 정도로 귀한 자장면이라, 경순씨는 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 그러나 그 날 경순씨는 자장면을 먹지 못했다.



“이 사람입니다. 오태석이라고, 왜정 때 독립운동을 한다며 공산당 활동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 순사 옷을 입은 세 사람과 군복을 입은 한 사람이 마을 구석 조그만 집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경순씨 아버지를 지목했다. 사상이 의심되니 조사를 받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억지였다.



“쯔쿠미찌 이놈, 이 뻔뻔한 놈!”



경순씨 아버지가 일갈하자 군복입은 남자가 움찔 하더니 순사들을 독촉했다. 순사들이 그의 팔을 한쪽씩 붙잡았다. 경순씨 어머니와 할머니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었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직감한 경순씨도 따라 울었다. 아버지가 빨갱이라니.



“우리 아부지는 뿔도 없고 살도 안 빨간데요. 잡아가지 마세요.”



경순씨가 울며 순사에게 말하자 어머니와 할머니가 얼른 말리며 그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순사들이 어린 경순씨에게 해코지를 할까 싶어 아예 방으로 들여보냈다. 경순씨는 싫다고 발버둥쳤고, 그들이 승강이하는 사이 순사들은 경순씨 아버지를 끌고 갔다.


마당을 벗어나 마을 저쪽길로 사라지는 남자들의 뒷모습을 경순씨는 한참이나 쫓아갔다. 그러나 뒤돌아보는 군인의 얼굴을 잠깐 보았을 뿐, 아버지를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이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난 후, 경순씨는 영영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본 것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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