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Way (for my sky)

사실 말야 너에게서 도망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

by 리리


*맨 아래 음악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들으며 읽어주시면 더 좋아요♡



앨범 Just a Fluorescent Lamp 작업기를 먼저 올렸지만 사실 내가 처음 쓴 가사는 따로 있다. 심지어 꽤 달달한 사랑 노래다. 난 이 노래를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발매했다.






This Way (for my sky)

나의 첫 노래 이름이다. 형광등 가사를 쓴 게 자기 비하를 5분 안에 끝내기 위해서였다면, This Way는 순전히 작사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살면서 다양한 창작활동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 안엔 작사도 있었다. '언젠가'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지금까지 미뤄왔으나 그날따라 운동이 너무 하기 싫어 도망친 게 우연히 만우절이었다. 오랫동안 품고만 있다가 막상 마음먹고 실천하려니 뭘 써야 할지 당최 감이 오지를 않았다. 하지만 가사를 쓰지 않으면 운동을 해야 한다. 등 뒤에서는 당근으로 산 실내자전거와 폼롤러가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운동은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참이란 말이야.'

이 말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어떻게든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야 한다. 어디 보자, 일반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 주제가 뭐가 있을까.


사랑···!


그래. 사랑이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온 세대를 아우르니, 나조차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첫 사랑노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아닌, 실내자전거와 폼롤러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포문을 열었다.


이전 글을 읽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의 영어 실력은 꽤나 비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노래를 왜 영어로 썼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심장이 너무 간질거려서 도저히 한국어로 부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해.

"으으···!"

너는 내게 영원을 증명할 존재야.

"으어억···!"


비록 시작은 운동을 피하기 위함이었을지라도 막상 연필을 드니 저절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차근차근 써 내려가는데 점점 귀 끝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사랑하는 게 맞긴 한 건지, '사랑해'라는 한 마디조차 어깨를 부르르 떨며 적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아 일본어로 적어보았다. 일본어도 무리였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영어로 쓴 것이다. 결과적으론 탁월한 선택이었다. 대체 왜 영어로는 I love you, I need you, My forever, My everything과 같은 달달한 말이 술술 나오는 걸까? 내 생각엔 아마 이런 표현이 제일 익숙한 언어가 영어라서인 것 같다.


단지 외국어라는 이유만으로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는 한국어로 사랑 노래는 못 쓰겠다. 너무 부끄럽다. 아마 앞으로도 사랑 노래는 영어로 쓰지 않을까 싶다. '굳이?'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만 어쩔 수 없다. 내 노래인데 당사자가 부끄러워서 못 부르면 의미가 없는걸!






나는 모든 글을 '꽂힌 한 문장'에서 시작하는 편이다. 그건 처음 써보는 노래 가사에도 해당되었다. This Way에서 이에 해당하는 문장은 '사실 말야, 너에게서 도망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이다. 여기에 조금씩 살을 더해가며 마무리를 지었다.


나는 실제로 그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다. 당시의 그는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기에 딱히 나를 잡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나만 결심하면 끝나는 가뿐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잡혔다.

따지고 보면, 여기서 도망이란 그가 아닌 내게 해당하는 말이다. 쌓아온 지금 그리고 쌓아갈 앞으로라는 시간 속에서 그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고, 또 있을 것이다. 상처받고 불안정한 길이 될 수 있었음에도, 꼭 그가 아니어도 충분한 행복을 누릴 길이 있었음에도 나는 그를 마주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This Way는 사랑 노래이기 이전에 도망치기만 하던 누군가와 내 마음에 당당히 마주하기로 결심하는 내용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그 길을 누구와 걸어갈 것인지.

더 나아가 '길'을 사랑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 하고 많은 길, 즉, 사람들 중 왜 그를 향해 나아가는가에 대한 내용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후렴으로 쓰고 싶었기에 파워가 느껴지는 발음을 찾는 것에만 집중했다. Actually는 힘은 있지만 너무 톡 쏘는 느낌이고, Honestly는 끝의 '-ㄹ리' 때문에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To be Honest는 중간에 '아' 발음이 들어가니 부드러우면서도 파워풀하고 리듬감도 있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장 애정을 담아 쓴 만큼 가장 행복해지는 부분이다.






사실 이 노래는 두 가지 버전이 더 있었다. 현재 발매된 음원은 버전 2다. 버전 1은 조금 더 잔잔한 느낌이고 버전 3은 조금 더 컨트리송 같은 느낌이다. 평소 컨트리송 마니아라 버전 3 발매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 달달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아예 버전 1, 2, 3을 다 내볼까 싶기도 했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인 그에게는 무조건 최고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고, ver.2나 official ver. 같은 흔한 말이 아닌 편지의 운을 띄우듯 for my sky라는 애칭을 붙인 것이다.


그에게 바치는 노래는 늘 나의 러브레터다. 함께 한 추억과 감정,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다. 우리 둘 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예를 들어, 마지막 가사인 'I just chose to face you instead'에서 instead 부분이 페이드아웃되어 잘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왜 그게 암호냐 물으신다면··· 암호니까 비밀인 걸로.


그럼 이제 또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모두 상상에 맡기겠다. 전 연인일 수도 있고,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니라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꿈이나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 당신의 상상 속에선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 내가 '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단지 지금 만나는 애인일 것이라 단언하지는 마시기를. 부디 원하는 상상 속 상대를 떠올리며, 직접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가슴 달달해지시기를.


*빛을 보지 못한 버전 1, 3은 브런치스토리 독자분들께서 들어보실 수 있게 선물합니다. 첨부파일에 넣어놓았으니 즐겨주세요!

(상업적 사용, 비영리 목적 사용, 배포, 2차 가공, 다른 창작물에 사용은 불가합니다♡ 개인 감상용으로만 즐겨주세요♡)







반전이지만, 나는 그날 가사를 지은 후 운동을 했다. 그런 가사를 써놓고 차마 해야 할 일에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만우절이라는 이벤트 뒤에 숨어 넌지시 진심을 표현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거짓말처럼 만들어진 이 노래를, 무언가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만들었던 이 노래를,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랑'을 떠올리며 즐겨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


과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몰라 불안하다면, 이 길 끝에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 불분명해 두렵다면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상대방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

운명처럼 하나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둘은 분명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 누가 더 멀리 걸어갈지는 모른다. 어쩌면 한 사람은 길 끝에 서서 상대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다. 아니면 각자의 출발이 많이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둘이 방식은 다를지언정 서로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는 점이다. 그거면 된 것이다. 그러니 너무 무섭다면 가끔은 도망쳐도 된다. 내가 결국 운동을 한 것처럼 당신도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기에.






This Way (for my sky)

https://youtu.be/vQm-r4E40qs?si=_qJxvxYGgYw_KMSb



This Way (for my sky)

-Lyrics by Liry



Thinking of you every night

(밤마다 너를 생각하는 일이)

Has become as natural as breathing

(어느새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워졌어)

Even if it’s not the same for you

(너는 그렇지 않겠지만)

You’re always on the other side

(너는 늘 나와 다른 쪽에서)

Shining, surrounded, and loved

(반짝이고, 둘러싸이고, 사랑받지)

Unlike me, who stands in the shadows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I know my path lies this way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이쪽인데)

But I keep turning my head

(이상해, 자꾸 고개가 돌아가)

My fingertips reach for you

(손끝이 널 향하고)

My eyes search for you

(시선이 너를 쫓고)

My heart races at the sound of your name

(심장은 네 이름을 듣고 뛰어)

I know my path lies this way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이쪽인데)

But it’s the exact opposite of yours

(너와는 정반대의 길인데)

Yes, it’s the exact opposite of yours

(그래, 너와는 정반대의 길인데)


To be honest,

(사실 말야)

There were plenty of chances to walk away from you

(너에게서 도망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

To be honest,

(사실 말야)

I spent countless nights trying to quiet my thoughts of you

(네 생각을 잠재우기 위한 날은 몇 밤이나 있었어)

But I simply didn’t

(그저 내가 그러지 않은 것뿐이야)

I simply chose not to

(내가 마음먹지 않은 것뿐이야)

Because I can’t imagine this road without you anymore

(이제 네가 없는 이 길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


Every morning, waking to see you by my side

(아침마다 내 옆 잠든 너를 보는 일이)

Still surprises me, I never get used to it

(여전히 놀라워, 익숙해지지 않아)

You just smile at me when I say that

(너는 그런 나를 보고 웃지만)

My brave little star

(늘 다른 쪽에 있던)

That once shone from the other side

(용감한 나의 별이)

Flew to me, whispered to me,

(날아와, 내려와, 말해줬지)

"You’re just as brave as I am."

("너도 나만큼 용감하잖아.")


I know my path lies this way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이쪽인데)

But I keep turning my head

(이상해, 자꾸 고개가 돌아가)

My fingertips reach for you

(손끝이 널 향하고)

My eyes search for you

(시선이 너를 쫓고)

My heart races at the sound of your name

(심장은 네 이름을 듣고 뛰어)

I know my path lies this way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이쪽인데)

But I turn my steps toward you

(나는 결국 발길을 돌려 걸어가)

And together, we create a brand-new road

(그렇게 우린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To be honest,

(사실 말야)

There were plenty of chances to walk away from you

(너에게서 도망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

To be honest,

(사실 말야)

I spent countless nights trying to quiet my thoughts of you

(네 생각을 잠재우기 위한 날은 몇 밤이나 있었어)

But I simply didn’t

(그저 내가 그러지 않은 것뿐이야)

I simply chose not to

(내가 마음먹지 않은 것뿐이야)

Because I can’t imagine who I am without you anymore

(이제 네가 없는 내 모습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


I love you, I love you

(사랑해, 사랑해)

The road you’ve been waiting on

(네가 기다릴 이 길을)

The road I’ll walk with you

(너와 걸어갈 이 길을)

And most of all — I love you

(무엇보다 너를)


To be honest,

(사실 말야)

There were plenty of chances to walk away from you

(너에게서 도망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

Countless nights spent trying to forget

(네 생각을 잠재우기 위한 날은 몇 밤이나 있었어)

But I simply didn’t

(그저 내가 그러지 않은 것뿐이야)

I just chose to face you instead

(단지 내가 너를 마주하기로 결심한 것뿐이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