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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Aug 31. 2021

캠핑족이 되긴 글렀어

카라반에서 1박 2일

아이가 "캠핑, 캠핑!" 노래를 하더니 가슴에 비수를 꽂듯 한 마디 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캠핑 경험 발표하거나 글쓰기 할 때 난 조용히 있어요. 난 매번 캠핑 가고 싶다는 글만 쓴다고요."


언젠가부터 캠핑 열풍이 불었지만 어렸을 적 캠핑 추억이 그리 좋지 않아 시도하지 않았었다.


바다에서의 캠핑에서는 해변의 모래와의 사투였다. 텐트 안에 모래 한가득에 입안에서 느껴지는 까끌거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소라 먹고 탈이 나서 밤새 머나먼 공용화장실을 오가다 탈진할 뻔했다.


한 번은 계곡물이 불어나 새벽 3시에 텐트를 철수해야 했다. "위험해요. 텐트 걷으세요." 소리와 함께 들리던 코펠을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요즘 아파트 화재 비상벨처럼 위협적이었다.


하긴 난 캠핑하면 이렇게 할 말이 많지만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있겠구나 싶어 미안했다.

 


어쨌든, 가보자. 캠핑!

문제는 장비가 없었다. 집 창고에 캠핑 관련 용품이라 할만한 건 그늘막, 캠핑의자 4개뿐. 아, 시댁에서 얻어 온 코펠도 있구나.

쓸만한 건 캠핑의자 정도구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녹색창에 도움을 청했다. '캠핑'으로 검색하니 글램핑, 카라반, 호텔 패키지(글램핑+호텔 투숙)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우리는 좀 쉬운 캠핑을 하기로 했다. 바로 카라반! 개인 싱크대, 욕실 완비는 기본이요. 바비큐 장비, 모닥불은 옵션이었다. 먹을 것만 준비하면 된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떠났다.

캠핑카는 작은 집과 다름없었다. 놀라웠다. 싱크대, 식탁, 2층 침대, 온수 잘 나오는 욕실 등 신세계였다.

 

맛난 바비큐에 모닥불 까지...

아 마시멜로우도 구웠다.


TV에서 불멍 나올 때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따뜻한 느낌만 좋을 뿐이었다. 잡념이 사라지기는커녕 걱정만 한가득이었다.


아이에게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하였고 이산화탄소에 대한 염려와  더불어 초반에 날파리, 모기를 잡느라 고생을 좀 했다.


어찌 되었건 우리 가족의 첫 캠핑을 무사히 마쳤다.  거기까지였다. 캠핑에 맛 들이면 장비를 사고 싶다는데 그런 욕구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캠핑족이 되긴 그른 거 같다.




나의 평: 불멍을 기대했거늘 역시 보는 것과 경험해보는 건 다르다.


아이 평: 너무너무 좋았다. 다만 밤에는 카라반 불을 끄고 문을 꼭 닫아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레들이 카라반을 점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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