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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Nov 08. 2023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아이가 수학 학원 입학 레벨 테스트라는 걸 봤다. 일명 레테라 불린다. 시험 후 결과는 문자로 전송되고, 상담은 전화로 진행됐다. 테스트 결과 문자를 받아 들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시험을 보고 나온 아이가 배우지 않은 범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잘 본 거 같다고 했었다. 선행이 느린 아이라 배우지 않은 곳은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아이가 꼽았던 틀린 문제 개수는 예상을 빗나갔다. 배운 곳에서도 오답이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학원 평균은 50점 대. 그나마 이 평균이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좀 더 살펴보니 다행히 학원 입학은 가능한 레벨이었다.


우스개말로 학교 내신을 보는 중학교 2학년, 엄마들이 성적표를 받아 들고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한다. 그래서 성적표를 볼 때는 침대에서 보라고... 그런데 고작 학원 성적표를 막상 마주하니 갑자기 뒷목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뒷목이 계속 당겨서 혈압계를 찾아다가 혈압을 재보니  154 110 이 정도면 고혈압 아니던가. 사실 평소 혈압은 지극히 정상이다. 아, 아이의 성적에 엄마의 몸이 반응하는 게 진정 사실이었다. 아이의 낮은 점수는 내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게 분명했다.


"엄마 고기 구워줘."

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달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하던 걸 멈추고 저녁 준비를 했을 텐데...

"쫌! 기다려봐."

성적표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나는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순간 아이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때마침 학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를 뒤로 하고 상담부터 했다. 본의 아니게 아이의 저녁보다도 학원 입학 상담이 우선시되었다. 누구를 위한 학원이었던가. 분명 아이를 위한 학원이었는데, 어째 학원이 먼저고 아이가 뒷전이 되는 것 같다. 전화를 끊고 마음을 부여잡는다.

'본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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