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수학 학원의 입학테스트를 봤다. 그 학원의 입학테스트를 보는 날은 학원 일대가 차로 막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보는 시험이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의 표정이 밝았다. 반은 풀었으니 오십 점은 될 거라며 씩 웃었다. 워낙 난도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터라 반만 맞으면 안정권으로 합격이다.
'그건 네 생각이고. 네가 푼 거 다 맞는다는 보장이 없잖니.'
아이는 학원에서 준 초콜릿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이 학원은 병주고 약주는 건지 어려운 시험을 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준다.
합격자 발표날 오후 5시가 되자 이게 뭐라고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 알림에 온신경이 집중되었다.
띠리링.
화들짝 놀라서 문자를 확인했다.
이런, 광고였다.
'시간이 지나도 문자가 오지 않는 걸 보니 불합격이구나.'
초조한 마음이 식어가고, 점점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합격생부터 순차적으로 문자를 보낼 테니까.
'에잇, 글렀군. 밥이나 하자.'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니 떨어진 거라 단정 지었다. 휴대폰에서 손을 떼려는데 문자 알림이 요란스레 울렸다. 너무 놀라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뜨릴뻔했다.
합격, 합격이었다.
아이의 점수 예상은 거의 적중했다. 이 녀석 메타인지를 이 시험으로 확인해 본다.
대체 학원 입학 테스트가 뭐라고 이리도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뛸 일인가 싶다. 아마도 결과가 좋아서겠지만 오래간만에 두근거림이 꽤 유쾌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사실상 합격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아이는 그 학원에 입학하지 않겠단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싫다고 했다.
마음을 접으면서도 괜스레 아까운 마음이 든다. 이는 분명 아이에게 결정권이 있는 문제인데 내가 뭔가 받았다 뺏긴 기분이 들었다.
본래 내가 얻은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면 내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본시험이고 결과도 오롯이 아이의 몫이다. 아쉽지만 아이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올바로 선택한 거 맞겠지? 아이는 쿨한데 어미는 자꾸 미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