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된 체력

by 김규인

오늘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윗 눈꺼풀도 미세하게 떨렸다. 지난주에 아이 학교 총회가 있었고, 그 외에도 요즘 외출 스케줄이 빼곡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더니 방전이 된 듯하였다. 게다가 아이가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옮았는지 나도 축 쳐졌다. 체력이 고갈되었다. 이럴 때면 체력이 약한 몸을 탓하게 된다.

체력은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있는 거 같다. 고3 때, 나는 기억에 없는데 엄마가 말하길 내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누웠다고 한다. 대궐 같이 넓은 집도 아니고 현관에서 내 방이 멀지도 않았거늘 방에 걸어갈 힘이 없다 했다는데 믿기지 않는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체력을 길러보겠다고 운동을 다녀보기도 했다. 한 번은 이 악물고 했거늘, 너무 과하게 해서 탈이 나버렸다. 그룹 PT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단체 운동이다 보니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없었기에 강도 높은 운동으로 염증이 생겨버리고 만 거다. 그 뒤로도 개인 PT를 받기도 하고, 강도가 낮아 보이는 요가를 해보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없던 힘이 불끈 솟거나 그러진 않았다.

아이도 학교를 다녀오더니 목이 약간 쉬어 걸걸한 목소리로 "피곤해."를 외치더니, 교복을 입은 채로 소파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피곤해하는 것이길. 체력이 유전이 된 게 아니여야 할 텐데. 불쑥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공부할 시간인데 얜 저렇게 골골되며 잠을 자는구나 싶어 걱정이 밀려온다.

기운이 없지만 저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아이도 나도 저녁 먹고 나면 좀 더 충전이 되길 바라며 남은 힘을 끌어다 모아 저녁 준비를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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