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돌을 씹어 먹다니. <돌 씹어 먹는 아이>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송미경 작가의 <돌 씹어 먹는 아이>는 처음에는 동화로 발간되고, 그 이후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Serge Bloch)의 그림이 더해져 그림책이 만들어졌다. 표지에서부터 아이는 자신이 돌 씹어 먹는 아이임을 당당하게 알리듯 입에 돌을 가득 머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는 돌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돌을 입에 넣고 굴리면 웃음이 나며, 와작 씹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온 동네 돌을 다 먹어치운 아이는 돌을 찾아 떠난다. 아이가 도착한 곳에는 모두가 돌을 씹어 먹고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숨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거기에는 아이의 행동을 지지해 주는 할아버지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돌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그럼, 넌 돌 씹어 먹는 아이인걸. 무엇을 먹으면 어때, 신나게 뛰어다니며 무럭무럭 자라렴.”(pp.19~20)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가족은 저마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서로 취향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느새 그림책 내지가 민트색에서 핑크색으로 달라져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돌 씹어 먹는 아이이지만 180도 변한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 씹어 먹는 아이는 돌을 처음 맛보았을 때 행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고 자신의 행동을 숨기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어른들은 대체로 일반적인 기준을 세워두기 마련이다. 누군가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틀렸다고 지적하기에 바쁘다. 정작 본인이 무엇을 씹어 먹는지는 모른 채 말이다.
누구나 각자의 개성 있는 삶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인생에 누가 옳고 그르고 어떤 삶이 행복하고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인생은 수학과 다르다. 자로 재고 수치화할 수 없을뿐더러 정답을 도출할 수도 없다. 스스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믿음을 지켜나가고, 타인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책 뒤표지에 있는 “그래요, 난 돌 씹어 먹는 아이예요.”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 것만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얼 씹어 먹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