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규인 Nov 21. 2022

상위 1프로 단풍잎

빨간 단풍 vs 물들지 않은 단풍

끝자락만 물든 나무

월요일 아침, 8시 반부터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한 주의 시작을 좀 보람되게 하려 마음먹었다.


가을 끝자락 곱게 물든 단풍이 나를 반겼다.

그런데 유독 푸른 잎사귀로 뒤덮인 나무에 시선이 멈췄다. 이 나무는 오르지 끝자락에만 붉게 물들어있었다. 마치 상위 1프로마냥.


해를 덜 받은 부분은 매해 초록색으로 있다가 지고 그다음 해 또 초록색으로 태어나서 그 채로 지겠지.

반면 빨갛게 물든 단풍잎은 내년에도 붉게 물들 테고.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터, 입지가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지인이 내게 질문을 했다.

"나중에 어디에 살고 싶어?"

순간 동부이촌동 맛집들이 떠올랐다.

"동부이촌동이요."

지역마다 입지가 존재하고, 누군가는 상급지 하급지로 구분 짓는다.

뿌리박은 나무가 평생 한 곳에 있듯, 사람도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옮기는 건 어째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부이촌동에서 입맛 다실 그날을 꿈꿔본다.

산 정상의 하늘은 참 티 없이 맑았다.

마치 내 꿈처럼...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무얼 씹어 먹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