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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싸는 작가 Sep 04. 2018

 3. 잔소리를 하면 내 얼굴만 못생겨진다.

<아들! 엄마 좀 나갔다 올게> 세번째 이야기.

3. 잔소리를 하면 내 얼굴만 못생겨진다.


        


엄마들은 왜 잔소리를 하는 걸까?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 많은 사랑은 무조건 잔소리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잔소리하는 우리 엄마는 딱 질색이었다.

엄마는 내가 모르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아는 소리다. 

그러니 문제다.


 그러다 혹 

내가 모르는 소리를 해도 맘에 안 든다. 

그냥 엄마는 말을 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안 들을 소린데 왜 하는 걸까? 

서로 힘만 빠진다. 

그래서였는지 아이가 어릴 적부터 잔소리를 하는 게 싫었다.





우선 

잔소리를 하면 내 얼굴이 못생겨진다. 

내 마음도 못생겨진다.

아들 마음도 못생겨지고

 아들 얼굴도 찌푸려진다.


그걸 보면 또 나는 화가 난다. 

악순환이다.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한번에 고쳐지지도 않고 

그 일은 여전히 반복된다.     





모든 집안의 숙제, 양치질 씨름이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아들의 양치를 직접 해 주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유치원에 입학하고 세수나 샤워를 스스로 할 수 있을 때쯤) 

그냥 두기도 했다. 




양치는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스스로 하게 하니까 

집에서도 아들 스스로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기 스스로도 하기가 귀찮을 뿐이고 

그 필요성을 스스로 못 느낄 뿐이었다.

스스로.......



나도 어릴 적 유난히 양치질이 싫었다. 

사실 아직도 양치질이 귀찮은 날도 많다.

나는 이가 강하다.

 양치질을 잘 안 해도 

이가 쉽게 썩지 않는 치아를 가진 행운아라고나 할까.

 그래서 아직 치과에서 문제가 될 만큼 치료를 한 적이 없다.

 살짝 때운 게 총 두 개 정도다.    

  



아들은 유치다.

 나이에 비해 이가 빨리 나지도 않았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잔소리를 안 했다.

 언젠가 그날이 오길 바랐다. 


???????




언젠가 그날은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초등학교 1학년 초에 왔다.

(땡큐 베리 감사합니다.)    




 

“아… 아… 아……. 엄마 이가 너무 아파.”


“그래? 어떻게 아파?”


“몰라. 이가 아파. 엉엉엉.”


급기야 이가 아프다고 아들을 펑펑 울었다.


“엄마……. 나 치과에 가야겠어.”



치과에 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런데 지가 아프니까 자기 발로 치과에 가겠단다. 

또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어찌나 제 몸은 제가 먼저 챙기는지 그것도 참 웃긴다. 

(누굴 닮은게니?)





엄마는 웬만하면 병원에 잘 데려가지 않는다는 걸 아들은 알고 있다.

 내가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간다고 해서 더 일찍 낫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병원에 대한 나쁜 기억을 만들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환자들 사이에 기다리고 있는 것도 비효율 적이라 생각했다.



 잘 나온 약국 약 먹여도 열은 떨어지고 충분히 나을 때 되면 낳는다.

 그래서 아들은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으면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래? 그럼 내일 학교 마치고 바로 치과에 가자.

 지금은 치과 선생님들도 다 집에서 쉬고 계셔서 문 연 치과가 없어.”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알겠어……. 엉엉엉.”




그렇게 울면서 잠든 아들은

 다음 날 치과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원래 치아는 잘 때 쯤

 저녁시간에 제일 아팠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네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에 간다고 했잖아.”


“아니야.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안 가도 될 것 같아.”


“그래. 알았어. 

오늘 밤에 또 아파도 엄마는 책임 못 진다.

 밤 되면 지금이랑 달리 또 많이 아플지도 몰라.”


“응.”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에도 아들은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내 앞에서 그 전날처럼 엉엉 울지는 못했다.

 아들 스스로도 알았던 것이다. 

치과에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은 자기 스스로였으니까. 

뻔뻔하고 무책임한 엄마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변명은 유치했다. 


그 이는 유치잖아.

 어차피 빠질 이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제 조금만 견디면 돼! 

난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거야. '

다음 날 병원에 가야겠다고

 아들이 또 이야기 할 것이란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엄마 내일은 꼭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러자.”



그렇게 치과에 가게 되었고,

 가자마자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진료를 했다.

의사는 송곳니가 신경까지 손상이 되었기 때문에

 마취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오늘은 마취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많이 아플 거라서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아 오면 치료를 해 주겠다고 했다. 

의사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들었다.



“아들. 의사 선생님 말씀하시는 것 들었지?

 마취를 하면 큰 주사기에 마취약을 넣고 마취를 해야지 

네가 덜 아프게 될 거라고 하시네.

 그렇게 하려면 마취를 꼭 해야만 한대. 

그런데 그 주사가 좀 아플 거야. 괜찮겠어?”


“응…….”



그렇게 동의를 받고 다음 날 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은 아픈 마취 주사도 잘 이겨 내고 치료를 잘 받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매일 병원을 가야 했다.


보고 싶은 만화도 못 보고 진료를 받으러 가야했고 

치료 후 한 시간은 음식물을 먹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고 저녁을 한참이나 기다렸다 먹어야 했다.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맛있는 저녁을 눈으로만 먹고 있는 아들이 안쓰러워

 10분은 일찍 먹어도 괜찮을 거란 말을 했지만 오히려 눈총만 받았다. 

선생님이 꼭 한 시간 있다가 먹으라고 하셨다고

 아직 한 시간이 안 되었다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란다.


 그래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다니 내가 미쳤구나. 

미안하구나. 아들. 

너 공무원 하면 딱일 거 같은데. 

어디 세무서나 그런 데서 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번쩍번쩍한 이로 다시 태어나는 날.

 아들은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이를 헹구고 나오는 찰나였다. 

수납을 도와주려는 간호사에게 얼른 가서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 아들이 양치를 잘 못하는 것 같은데요.

 오면 양치질 하는 법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릴게요.”



“네. 어머니.”     



아들이 진료를 마치고 의사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내 곁으로 왔다.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은 아들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고는

 수납 간호사에게 함께 갔다. 


싹싹하고 현명하신 간호사선생님은

 아들에게 양치의 필요성과 양치질하는 바른 방법을 짧게 설명해 주셨다. 

아들은 전문가의 말씀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렇게 내 잔소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아낄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양치질을 엄청 잘한다.

여전히 나는 양치질을 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아들은 나의 말에 움직이지 않았다. 

권위자의 말에 복종하는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권위자의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 

물론…… 

그럴 만한 사람을 만나는 행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똥쌤의 3초 영문법>저자 똥싸는 작가입니다.

야매육아로 초등학교 아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야매육아로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냥 웃기거나

기가막혀서 웃기거나 ㅎㅎ

하셨을텐데요 ㅎㅎ


야매육아 함께 해 주실래요?

구독과 댓글 소중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 응원합니다. 존경합니다.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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