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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Aug 30. 2020

리더의 착각

내가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내가 떠난 후도 잘되는 조직으로 만들어라    
                
리더로서 당신 능력은 개인적 성취나 재임기간 달성한 것에 의해 판단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당신이 떠난 후 얼마나 그 조직이 잘 유지 발전되느냐에 의해 판단된다. (존 맥스웰의 행동리더십에서 발췌)


군 생활 30년을 되돌아보면 각종 부대평가에서 대체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대대장 시절: 사단 선봉대대

연대장 시절: 군단 전술훈련평가 최우수부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부대평가를 받는 것에 많은 심리적 부담감을 갖는다. 상급부대 지휘관이 예하 지휘관의 능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는 개인 자력에 포함하여 차상위 계급 진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부대평가 일정이 확정되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부대평가에 집중하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평가 결과에 초연한 지휘관이라 하더라도 개인평가를 떠나서 부대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전통 있는 부대는 나름대로 전통을 계승하기위해서 혼심을 다해 노력하고, 별다른 전통 없는 부대라도 지휘관과 부대의 자존심이 있기에 장기간 평가준비를 하게 된다. 혹여라도 불합격이라도 나오는 부대가 있다면 그 부대장은 개인적인 이미지나 부대 위상이 크게 손상을 받는다. 다행히 불합격의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합격한 인접부대를 보면서 동일한 입장이 되지 않으려 긴장하고 더 세심한 준비를 하였던 생각이 난다.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가 좋으면 부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그렇지 않은 부대는 사기가 땅바닥을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 결과만으로 리더와 리더십을 평가받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군생활 30년이 지난 지금, 진정한 리더와 리더십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휘관을 하면서 우수하게 부대평가를 받고 그 자리를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떠나 왔는데 그 부대에서 들려온 소리는 각종 사고와 안 좋은 소식들이었다.


‘어! 이상하다! 내가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왜 그러지? 그러고 보면 내가 참 부대지휘를 잘했구나. 나 떠난 후 저런 일이 일어나서 다행이다. 휴∼’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관례상 부대의 지휘권을 인계한 후 3개월 또는 6개월까지는 After service를 해야 한다고들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실제로 지휘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를 통해 답을 주곤 했던 경험이 있다. 나조차도 전임자에게 한동안 전화를 해가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곤 했었다.

모든 리더는 얼마나 훌륭하게 승계를 잘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존 맥스웰의 행동리더십 중에서-

좋은 부대는 지휘관이 바뀌어도 부대 전투력이 유지되는 부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휘관 1명에 의해 부대 전투력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항상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력을 유지한 부대’

이것이 부대 지휘관이 명심해야 할 단 하나의 목적이요 목표가 아닐까?

그렇다면 더 좋은 지휘관,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떠나온 부대나 조직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부대나 조직의 정신을 만들고, 리더가 행했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유지시키며 새로운 리더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리틀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군 특성상으로 볼 때 어쩌면 부대에서는 그 역할을 주임원사,

행정보급관, 부소대장 등의 부사관이 해야 한다.

리더는 재임기간 리틀 리더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리더가 떠난 후 잘되는 조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방법이요,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길이다. 그와 동시에 지휘관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 전임자의 것을 무조건 무너뜨리고 새롭게 무언가를 세우려고 하는 것보다는 전임자의 토대 위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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