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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17. 2019

#_두 번의 아침

행복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자주 잊는다.

나에게 두 번의 아침이 있다.

우선 특별한 일이 없는 아침엔 5시~6시 사이에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한다. 한동안 알람을 맞추지 않고 지냈다가 요즘은 다시 수면시간이 다소 불규칙해지면서 알람을 맞추기 시작했다. 최소 수면시간은 3시간, 최적의 수면시간은 6시~7시간 사이다. 그 이상 자는 날은 보통 전날 수면이 매우 부족한 날이다. 그런 날은 8시간 정도 푹 잔다.

두 번의 아침을 맞이하는 날은 특별한 일이 없이 일찍  일어난 날이다. 일어나 씻고 옷 갈아입고, 이불 정리하고, 전날 남은 설거지하고, 간단한 집안 정리를 한 뒤에 집을 나선다. 첫 번째 출근이다.

이때 나의 3개의 보석(아내와 두 아이)들에게 아침인사를 하며 볼에 키스를 하고 집을 나섰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무실에 일찍 오는 날은 6시경 늦어도 7시 정도엔 도착한다. 아침에 오면 주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머리가 복잡한 날엔 명상부터 한다. 고요하고 아늑한 나만의 시간이다. 나에겐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 8시 반이 되면 다시 집으로 간다. 다행히 집과 사무실은 빨리 걸으면 10분 거리.

집에 가면 아이들을 등원 준비시키면서 생기는 다소 짜증스러운 상황과 마주한다. 그래도 아내 혼자 준비하고 등원시키기 힘들어하니 가능하면 아침에 같이 등원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 가족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가도 금세 지쳐버리기도 하는 일상.


8시 58분.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지우와 1학년인 석우 둘 다 아슬아슬하게 교문에 들어선다.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고 머리에 입을 맞춘 뒤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교문에서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또 한 번의 인사 타임이 있다. 나는 학교 울타리 바깥쪽에서 아이들을 향해 다시 손을 흔든다. 아이들은 올라가고, 아내는 다시 차에 탄다. 아내에게도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고, 아내의 차는 유유히 회사로 출발한다.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의 두 번째 아침, 두 번째 출근이다. 아침부터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치르듯 30분가량을 보내고 나면 이미 발걸음은 무겁다.


누군가는 아침마다 무슨 난리냐며,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맞다. 오버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오버.

지난 몇 년간 수 백 번의 아침이 있었고, 나는 두 번의 아침을 맞이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남는 건 추억뿐이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 아이들의 몸에서 나는 바디샴푸와 로션 향기, 아빠 안녕~하고 외치는 소리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회사에서 집에 가지않고 시간을 보내면 보다 편하거나 보다 생산적일지 모른다. 좀 더  여유있게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었겠지. 그래 봐야 30분이다. 하루 종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보다 가치 있게 보낸 30분이 있었나 싶을 때도 있다.


돈을 왜 버는지, 책을 왜 보는지, 왜 성장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오늘 아침에 있다. 문 밖에 있지 않고, 10년째 덮고 자느라 몇 번이나 손수건으로 덧댄 딸아이의 작은 이불속에 있다. TV에 나온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우리 집 작은 식탁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아내가 차려준 밥상 위에 있다.

행복은 늘 거기에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너무 자주 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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