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읽다(김영하 산문)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인간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by 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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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했던 제 책 #책은꼭끝까지읽어야하나요 의 원래 제목은 "책을 읽다"였습니다.

출판사에 투고할 때도 그 제목으로 했었지요. 출간하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전체적인 책의 뼈대가 우리가 진정 읽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순차적인 통찰을 담고자 했습니다.

책 제목을 그렇게 정해서인지 책을 쓰던 중에 김영하 작가님의 "읽다"를 처음 만났습니다. 작가님 역시 문학, 특히 소설을 읽는 의미에 대해 이 책에서 아주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1장에서 이런 말이 나와요.


"고전은 당대의 뭇 책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 때문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고전에 대해 정말 명쾌한 설명이 아닐수 없죠. 막연하게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독서 자체를 막연하게 생각하죠. 그저 좋은 거니까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읽는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거든요. 운명적인 모든 일은 대체로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하죠. 왜 운명적일까요? 그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운명적인 사람과의 만남은 내가 의도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하지만 책은 다르죠.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하면 좋은 책들이 알아서 나에게 다가옵니다. 마치 운명처럼요. 그런데 사람과 달리 그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그저 읽기만 하면 되니까요. 간단하죠.


이 책에서는 독서를 하는 이유를 (수많은 이유 중에 한가지로)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기 힘듭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오만합니다. 알면 겸손해집니다. 진짜 안다는 건은 나의 처절한 무지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죠.


인간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끝없는 이야기를 결코 다 알수 없어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수도, 한번쯤 잠시 죽어볼수조차 없죠. 그저 딱 한번 주어진 일생을 살아갈수있을 뿐이죠.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대체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25년째 친구로 지내고 있는 그 사람을 대체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수십억의 인구가 있지만, 내 아내, 내 아이로 존재하는 존재는 한명뿐이잖아요. 이런 특수성은 나의 기준이 아닌 보편적 기준으로 확대해 보는거죠. 책이란 그런 인간이라는 작은 우주의 이야기를 담은 보석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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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독서가 아름답기만 한건 아니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나의 무지를 처절히 드러내는 일이죠.
해럴드 블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p.134)


그의 말처럼 나라는 무지한 자아가 산산히 조각나는 일이에요. 그래서 좋은 책을 만날수록 감당이 안됩니다. (그래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책이 너무 쉽게 감당되면 그 책과 진정한 만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이 책에서 인용된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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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사뭇 길어졌습니다.

이 책을 다른 제목으로 바꾼다면 "나는 왜 소설(고전)을 읽는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매순간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습니다. 책이 아니라도, 상황을 읽고, 감정을 읽고, 뉴스를 읽고, 눈치를 읽고, 트렌드를 읽고,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읽죠. 똑같은 걸 읽어도 잘 읽는 사람만 다른 걸 보고, 다른 걸 생각해 냅니다. 읽는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일이자, 진짜 세상을 다시 보게 되는 일입니다.

운명적인 만남이 줄줄이 기다리는 일이죠.


오늘도 책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새로운 당신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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