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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19. 2019

좋은 책이 독서습관을 망치는 이유

<세계문학전집>과 <슬램덩크>의 차이

여기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습니다.

 

하나는 모두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세계문학전집입니다. 다른 하나는 저는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지만, 그 어떤 (공식적인) 추천 도서 목록에도 들어 있지 않은 장편 만화입니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 판단하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세계문학전집』은 자기가 직접 구입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 등으로 읽거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읽어야 한다고 권유받는 책이었습니다. 『슬램덩크』의 경우에는 학창 시절 읽고 싶어서 신간이 나와서 누군가 학교에 가지고 오는 날이면 어떻게든 빌려서 단숨에 읽어버리고 못내 아쉬워했던 책이었지요.


이 두 가지 종류의 책을 읽을 때 저에겐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요?


새뮤얼 피어폰 랭리(Samuel Pierpont Langley)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1887년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부대장을 역임했고,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수학 교수로도 재직하신 분이죠. 미 육군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중요한 연구를 하던 분입니다. 그의 프로젝트에 동원된 연구원은 300여 명에 이르렀고, 그중에는 시험비행 조종사인 찰스 맨리(Charles Manly)와 뉴욕 최고의 자동차 개발자였던 스티븐 발저(Stephan Balzer), 7년 동안의 연구 끝에 두 번의 대규모 실험을 펼쳤지요.

랭리 교수가 무엇을 연구했는지 아시나요? 그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비행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하면 당신이 떠올리는 이름은 따로 있을 거예요.

네, 맞습니다. 바로 라이트 형제죠.


어째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랭리 교수는 두 번의 대규모 실험을 하고도 실패한 일을 자전거 수리공에 불과했던 라이트 형제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이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랭리 교수가 원했던 것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이나 욕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더 많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업적’을 원했지요. 반면 라이트 형제에게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들은 그 꿈을 위한 열정이 있었죠. 결국 1903년 12월 17일, 노스캐롤라이나 키티호크 들판에서 첫 비행에 성공합니다.

아무리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도 해야만 하는 일은 수동적이 되지만, 누구의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능동적으로 임하는 게 됩니다.



읽어야 해 vs 읽고 싶어


다시 앞에서 설명했던 두 가지 종류의 책을 설명해볼까 합니다.


하나는 “읽어야만 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읽고 싶어 죽겠는 것”이지요. 읽어야만 하는 것은 왠지 보기가 싫어집니다. 독서의 동기가 자기밖에 있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읽고 싶어 죽겠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봅니다. 그 동기가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독서가 더 좋은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다짐만으로는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좋은 책이 독서습관을 망칠 수도 있지요. 좋은 책을 읽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강요받아 읽게 된다면 건강한 독서로 연결될 수 없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읽은 것은 오히려 그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우린 ‘독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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