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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23. 2019

독서의 기준이 '책'에 있을 때 벌어지는 일

모든 책을 공평하게 만나는 것은 현명한 독서법이 아닙니다.


질문 : 선생님 저는 책을 읽다 보면 시간도 부족하고 속도도 느리고 그래서 책을 다 못 읽고 덮어두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책보다 다른 책이 읽고 싶은데 아직 그 전에 읽던 책도 다 못 읽고 새로운 책을 읽으려니 뭔가 찜찜하고, 그렇다고 다시 예전 책을 읽자니 읽기가 싫고, 그래서 자꾸 책을 안 읽게 되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답변 :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만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안 만나지요? 책도 똑같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을 만날 때는 철저하게 ‘나’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더 자주 보게 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안 만나게 되죠. 그런데 독서할 때 그게 안 되는 이유는 독서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나 ‘책’에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누군가 모든 사람을 평등한 기준으로 골고루 만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할 수도 없겠지만,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한들 매우 어리석은 인간관계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거예요. 사람마다 나와 더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만나면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친구가 되는 것이고, 연인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책도 그와 비슷합니다. 모든 책을 공평하게 다 오랜 시간동안 보는 것은 결코 현명한 독서법이 아닙니다.



질문 그래도 좋은 책이라고 추천받아서 읽은 건데, 그렇다고 안 읽기도 애매하고. 사실 책을 다 안 읽어도 된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는데, 정작 책을 읽다보면 그게 잘 안 돼요.


답변 네, 책을 보다가 과감히 덮어버리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책도 지금 나와 맞는 책이 있고, 지금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 있거든요. 인문학이 좋다고 무작정 『논어』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어보아도 전혀 와 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마치 매콤한 와시비가 일품인 유명 맛집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그곳에 데려가 스시를 먹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곳이 아무리 유명한 맛집인들 아이들이 스시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생선회도 낯설고, 와사비의 톡 쏘는 매운 맛은 더더욱 싫어하겠지요. 그런 경험이 오히려 그 아이에게는 회를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거든요.

책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나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으면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이해도 잘 안 되죠.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학교 다닐 때 입시 공부를 하면서 책이라는 것이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원래 독서는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콘텐츠의 본질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 재미없는 책은 대체로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아직 내가 그 책을 읽을 수준이 안 되거나, 반대로 그 책이 내 수준에 못 미치거나, 아니면 외서의 경우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죠.


지금부터는 재미없는 책은 과감히 덮으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오래 만날 이유가 없듯이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책과 오래 씨름할 겨를이 없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좋다고 해도 내가 아니면 과감히 책을 덮고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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