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질문 : 선생님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한가지 문제가 있어요. 사실 저는 고전도 많이 읽고 싶고, 베스트셀러도 많이 읽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책을 보면서 그렇게 ‘좋다’라고 느낀 책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책을 안 봐도 되는 건가요? 사실 논어나 군주론 같은 책들은 한 번쯤은 읽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재미없다고 안 읽어도 괜찮은 건가요?
답변 :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솔직한 심정일 거예요.
읽어야만 하는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만 읽으면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리 좋은 책이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내가 재미없으면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책을 아예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에요. 단지 ‘지금’ 읽을 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은 내가 읽고 싶은 책부터 읽어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부터 읽으면서 독서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된 독서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독서근육이 충분히 생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기준이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있다는 증거입니다.
철저하게 내 기준으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타인의 기준으로 책을 고르니 재미가 없는 거예요. 책을 끝까지 다 봐야 한다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인지 몰라요. 책은 다 안 봐도 됩니다. 내가 보고 싶은 곳만 보고 덮어도 충분히 좋은 독서거든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책을 사서 끝까지 읽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 책에서 나한테 필요한 부분은 목차를 읽어보면 몇 챕터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것만 읽으면 됩니다. 시간이 없으니까요.”
(김정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