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Apr 29. 2019

목차는 읽고 싶은 부분부터 찾아보라고 있는 것이다

목차 사용 설명서 -1

질문 : 혹시 책을 볼 때 제일 중요하게 보시는 부분이 있나요? 


답변 : 저는 목차를 가장 먼저 보는 편입니다. 물론 시나 소설 같은 경우에는 좀 예외지만요. 책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더라도 독자가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그 책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필을 만들어놓은 게 목차거든요. 

많은 분들이 의외로 목차를 놓치고 있어요. 사실 책을 처음 볼때 가장 꼼꼼히 봐야 하는 부분이 바로 목차입니다. 목차는 가장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찾아보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질문 : 목차에서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찾아보면 그게 제대로 된 독서라고 할 수 있나요? 너무 나 중심의 편협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요?


답변 : 날카로운 지적이시군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한번 여쭤보고 싶어요. 그냥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면 안 되나요? 좋은 독서의 기준이 도대체 뭘까요? 외려 우리는 너무 나의 기준이 없이 타인의 기준에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닐까요?


한번, 목차를 보고 가장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보세요. 그 부분이 재미있으면 그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부분을 읽어보세요. 책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서점에서 그런 식으로 책을 보면서 두세 군데 이상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는 책은 주저 없이 구입합니다. 그런 경우 대체로 책 전체가 좋았거든요. 설령 그 부분만 좋았다고 해도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내용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읽는 ‘나만의 관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의 관점이 없으면 그저 저자가 하는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서를 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나의 관점과 생각이 있는 경우에는 그 책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돼요. 작가의 생각이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그 작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죠. 


보통 내가 모르는 것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쉽거든요. 내가 이미 아는 내용을 보는 것은 왠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책은 이미 내가 알고 있거나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가 절반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0~50퍼센트의 내용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개념이나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만날 때 ‘정말 좋다’고 느낄 수 있지요. 만약 읽는 책마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내가 아는 내용이 너무 없는 책을 보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쉬운 책은 수준이 낮은 책이고, 어려운 책은 수준이 높은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특히 쉬운 책 중에서도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놓은 책들은 일반적으로 읽기 어려운 책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쉬운 것을 쉬운 말로 하고, 어려운 것을 어려운 말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어려운 것을 쉬운 말로 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거든요. 웬만한 내공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지요. 그런 책을 보셔야 합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해주는 책. 저는 그런 책이 참 좋아요. 


이전 08화 완독의 정답은 "나"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