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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18. 2020

#_책을 정말 빨리 읽고 싶은 당신에게

당신이 궁금하던 속독의 3가지 비밀

독서 강의를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독서에 관한 책도 출간하기도 했고요. 특강이나 외부 강의에서는 독서의 편견을 깨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주로 하지만, 정규수업 때는 속독을 비롯해서 깊이 있는 독서 스킬을 심도 있게 알려드립니다. 여러각도에서 많은 내용을 알려드리지만, 역시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역시 속독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능력이니까 말이죠. 저도 어릴 때부터 속독을 배우고 싶어 참 애썼는데, 정작 속독을 하게 된 건 새로운 방법을 배워서가 아니라, 이전까지 내가 알던 편견들을 버리면서부터였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무척 느리게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워낙 늦게 읽으니까 독서가 힘들었죠. 한 권을 읽는데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렸고, 날 잡고 한 권을 읽어도 간신히 그날 안에 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루에 한 권 보는 사람이 정말 부럽고 대단해 보였던 시기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예정에 없던 강의 요청을 받게 되었고, 한 달 안에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잘하고 싶어서 욕심이 생겼고, 그 마음은 절박함으로 이어졌고요. 이전에 공식적인 강의를 해본 적도 없던 터라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책도 보고, 생각도 정리할 겸 오후 시간을 비우고 북카페에 갔습니다. 책이 정말 많은 곳이었는데, 궁금한 책이 참 많아서 참고할만한 책을 한 권씩 꺼내서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3권을 읽어버렸지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이 하루에 책을 여러 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건대 그 날 저는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무언가를 흡수한다’는 모드였습니다. 늘 책 중심의 독서를 하던 나였는데, 그 상황의 절박함이 책이 아닌 나 중심의 독서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강의에 필요한 지식에 굶주렸기에 나도 모르게 3권의 책을 먹어 치운(?) 것이죠. 그 날의 경험은 저에게 커다란 자극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책을 읽는 기준을 철저하게 ‘나’에게 맞추고, 오직 내가 읽고 싶은 책, 지금 끌리고 필요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하루에 7권, 많게는 16권까지 읽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어요. 단순히 빨리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빨리 많이 읽는 경험을 통해 지식의 시야를 빠르게 확장하는 것의 중요성 또한 깊이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깊이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전제가 있습니다.

첫째 그 책이 깊이 읽을 만한 책이어야 하고, 둘째 내가 깊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전제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제대로 읽힐 리가 없어요. 독서에 눈을 뜨기 전에는 그걸 몰랐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2가지 질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깊이 읽을 만한 책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깊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이 속독에 있습니다.

속독은 책을 '빨리' 읽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빨리 읽는 행위는 수단일 뿐이다. 속독의 목적은 '많이' 읽는 것이죠. 그럼 왜 많이 읽어야 할까요?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봐야 어떤 책이 나한테 맞고 지금 필요한 책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나이가 있는 분들은 그런 조언 많이 합니다. 젊었을 때 여러 사람 많이 만나보라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책 다양한 책을 많이 읽다보면 시야가 넓어지게 되거든요. 아무리 좋은 책도 나랑 수준이 안맞으면 읽어낼수가 없어요. 

두번째 질문의 답은 지금 내가 원하는 목표에 집중하는 독서를 통해 가능해 집니다. 

앞서 강의를 잘하기 위해서 책을 하루 3권 읽었던 경험 역시 제가 원하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는 집중이 되지도 않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더라도 목적지를 모르면 그저 방황할 뿐입니다.


속독은 독서의 수많은 방법 중 일부 영역일 뿐입니다. 속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아요. 운전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모든 구간을 시속 200km로만 달려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런 상태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겠지만,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운전을 하며 경치 좋은 곳을 드라이브하는 기쁨도 뜻밖에 좋은 카페를 발견해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도 누리지 못할 테니까 말이죠. 속독은 내가 필요할 때 마음껏 속도를 높이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지, 모든 책을 빨리만 읽기 위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런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속독을 배운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보다 책을 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 말했듯이 속독은 방법을 알아야 가능한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가둬놓은 독서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져야만 가능해 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아직 A라는 책을 읽을 수준이 안 되었는데, A라는 책을 속독하려고 하면 아무리 대단한 속독법을 배워도 제대로 읽어질 리가 없겠죠. 반면에 지금 내 수준에 딱 맞는 B라는 책을 읽는다면 빨리 읽어질 뿐만 아니라, 이해도 더 잘 됩니다. 

강의할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 역할은 액셀러레이터를 더 잘 밟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아니라, 단단히 잡아놓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이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속독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그 대상이 책이 아닐뿐입니다.) 뉴스 기사를 볼 때라든지,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볼 때도, 길을 지나가다 스쳐 지나가는 광고를 볼 때도 이미 속독을 하고 있어요. 찰나의 순간에 여러 가지 정보가 착 결합되면서 단번에 이해되는 그런 경험 아마 한 번쯤 해보았을 겁니다. 그게 속독의 경험입니다. 이미 속독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책만 속독하지 못할 뿐입니다.


속독을 배우는 건 짧은 시간에 최적의 독서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필자는 운 좋게 어떤 상황을 계기로 속독의 눈을 떴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속독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속독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배우거나 함께 훈련하지만, 그런 방법 자체가 속도를 높여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죠. 그래서 기존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서 편견을 깨뜨리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적의 독서 상태를 체험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저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제대로 된 속독이 되는 게 아니겠죠. 그건 기계적인 노력이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지 못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 반복이 아닌 의식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의식적인 노력이란 기존에 내가 하고 있던 방법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흔히 컴포트 존(comfort zone)이라고 불리는데, 습관적으로 어떤 행위를 할 때 뇌가 반복되는 행동을 습관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놓은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속독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은 바꾸지 않고 책만 더 빨리 읽으려고 합니다. 기존의 습관대로 읽던 컴포트존에 갇혀있기 때문이죠. 속독을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닙니다. 아예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어를 1단에 두고 엑셀만 세게 밟아서 시속 160km를 낼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서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편견들이 나의 무의식을 차지하고 있고, 뇌는 본능적으로 책을 펼칠 때 그 모드를 활성화시킵니다. 독서 스킬을 훈련하는 목적은 평소의 나의 독서모드가 활성화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책을 읽는 경험을 늘려주는 겁니다. 모드가 바뀌면 짧은 시간 내에도 독서력이 금방 높아지는 것을 봅니다. 실습을 통해 여러 선생님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개인 차이는 있지만, 한 시간에 한 권 정도 읽을 수 있는 속도는 책을 읽는 방식이나 마인드만 바뀌어도 바로 가능해진다. 물론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에 한해서 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훈련을 제안드려 보겠습니다. 스키밍 독서라는 건데요.

한번 10분 만에 책 한 권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읽고 싶었던 책이라면 어떤 책이어도 좋습니다.

대부분이 하지 않으실 걸 압니다. 하지만 제 말을 믿고 직접 해보면 분명 의미 있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꼭 10분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더 짧아도 되고, 좀 더 길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환경의 제약을 줌으로써 우리의 뇌가 보다 풀가동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더 알려드리자면, 하루에 3권 이상의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하죠. 지금까지 그렇게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자신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생각의 브레이크를 풀지 않으면 능력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빨리 읽으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말 생각대로 될 뿐입니다. 하지만 ‘빨리 읽어도 충분히 깊이 이해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스스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질까?’라는 행복한 생각에 격한 기쁨과 자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3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속독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능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2. 속독이 가능해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든지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그것을 뒷받침해줄 독서 경험입니다.


3. 오늘 바로 경험해 보기(10분만에 1권 읽기/하루에 3권이상 읽어보기)



종종 속독을 안좋게 말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빠르게만 읽어서는 결코 좋은 독서라고 할수 없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위에 제가 언급한 것처럼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일정기간 동안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독서를 경험해 본다면, 그것도 하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1년이 아니라 2~3달에 100권을 목표로 폭발적인 독서를 해보면 확실히 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느끼게 됩니다. 일정 기간 양적 독서의 단계를 지나고 난 후에 나에게 잘 맞는 책, 다시 읽고 싶은 좋은 책들을 추려서 얼마든지 천천히 깊이 다시 읽으면(재독,再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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