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또 하나의 우주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우주인가?
아니면 그 우주를 마음속으로 그릴 수 있는 당신의 마음인가?
그것도 아니면 당신의 마음속에 그 우주를 함께 그려주는 한권의 책인가?
책과 사람 사이에는 하나의 우주가 놓여있다.
그 우주를 나는 “사이”라고 정의했다.
우주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머물고 있는 하나의 시공간(視空間, space-time)이다. 쪼개어 보자면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이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개념일 뿐 서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공간 없는 시간은 없고, 시간이 배제된 공간도 없다.
즉, 모든 시간은 공간 속에 머물러 있고, 모든 공간은 시간 속에서만 유효하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한문으로 표시된 ‘사이 間’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특정한 시간과 시간의 사이에 존재하고, 공간이라는 것도 특정한 공간과 공간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人間) 역시 사람(人)과 사람(人) 사이(間)에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리하여 나의 세가지 화두 시간, 공간, 인간은 모두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존재론보다 동양의 관계론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보다 탁월한 방법임을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
모든 사람에겐 각자 내면에 하나의 우주를 간직하고 있다.
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우주는 어떤 모습인가?
책이 담고 있는 우주는 또 어떤 모습일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 책과 사람 사이에 있는 우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