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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23. 2021

#_당신이 그립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what’이 아니라, ‘who’가 결정한다

공간을 감싸는 향긋한 커피 향, 컵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배경으로 좋아하는 책을 펼쳐 여유 있게 읽는 시간. 그 시간이 참 즐겁다. 책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즐기는 편이니 이건 거의 스페셜 삼합 수준이다. 

왜 그 시간이 즐겁나 곰곰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나에게 힘을 주고, 편안함을 주고, 용기를 주니까. 그렇다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닐까?


몇 년간 독서모임을 하며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이 추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인 듯싶다. 수많은 책 중에서도 나와 결이 맞는 책은 많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나와 마음으로 통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그만큼 더 소중하다. 그런 만남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기억 속 포토존에 남는다.


행복학의 대가라고 불리는 심리학자,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에드 디너 교수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는 논문에서 2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의 행복한 사람들이 그 외 사람들과 보인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관계’ 임을 밝힌 바 있다. 

사람은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모든 조건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서로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관계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관계는 흔치 않다. 오히려 ‘무조건적’이기에 때론 구속이 되기도 하니까. 그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세상은 저마다 다른 법이고,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도 다른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인간이기에. 내가 인식하는 타인은 결코 실제 그 사람이 아닌 그 존재를 이미지화한 나만의 인식이니까. 그런 인식은 명백한 '하나의 오해'지만, 그런 오해가 관계의 성립 조건이자 세상의 다양성을 부여하는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가 인식하는 틀 안에 그를 가두어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대의 모습에 따라 내 인식의 틀을 확장해 나가는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좋은 사람들과 여유롭게 대화를 하는 시간이 좋은 이유는 어쩌면 불편한 인식의 확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서로가 가진 생각과 인식의 틀이 비슷하기에 생각의 교집합이 많은 사람,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교집합이 넓은 사람 말이다.


가장 즐거운 일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은 관계에 대한 글이 되어 버렸다. 나 역시 좋은 관계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증거구나 싶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보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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