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y 19. 2022

#_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아니면 네 덕분일까?


살다 보면 핑계 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가족 탓을 하고,

친구 탓을 하고,

회사 탓을 한다.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났더라면,

더 좋은 친구를 만났더라면,

더 좋은 회사에 다녔더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저 심각한 착각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으니 그런 가정 따위 아무 의미 없을 텐데.

왠지 그래야만 자신의 못남을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순간의 바람이자, 심리적 방어기제일 뿐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자.

애초에 그 사람과 결혼한 것은 그 선택을 내린 자신의 책임이다.

더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한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다.

더 좋은 회사를 가지 않은 건 말할 것도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것을 선택하던 그 시점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인생은 5지선다 시험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한 선택이 그 선택 자체로 정답이 되거나 오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은 내가 한 수많은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미래가 과거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이전의 잘못된 선택이 인생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간 인생의 마지막 정답의 모양에 따라 과거에 했던 선택의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가령 자신의 전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는다거나,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하는 행동은 분명 이상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그 선택을 가장 값진 삶의 재료로 활용했다.

다시 말하지만 무언가를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이전의 선택들이 마치 잘못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를 탓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그렇게 쉬워질 수가 없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그건 다 남 탓이라 착각해 버리면 간단하니까. 

다만 그런 삶에서는 결코 자기 성장을 통한 충만한 기쁨 같은 고귀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성장이란 이전의 못난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외부의 무언가를 핑계 삼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누가 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일조차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더 잘할 수 있었던 방법을 생각하며 반성한다.


남 탓을 하는 사람과 내 탓을 하는 사람.

아주 잠깐의 책임회피를 위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람과 지금은 괴롭고 힘들지만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묵묵히 찾아나가고 성장해 나가는 사람.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오늘 하루 미뤘던 일들을 이제야 해냈고,

매일 하고자 다짐한 작은 일들을 실천해 나간다.

그 하나하나는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그 작은 모래 같은 시간들이 더 큰 돌들이 쌓여가는 틈마다 아주 단단하게 내 삶을 받쳐줄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_5월이 선물해준 근사한 햇살점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