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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y 02. 2019

#_아이들에게 배운다.

오늘 기분이 좋다며 춤추는 딸을 보며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첫째가 독감에 걸려 어제까지 학교에 못가다가 오늘 오랜만에 등교를 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러가는 시간은 오후 5시경. 4시 50분쯤 학교에 도착하여 아이들을 기다렸다. 아빠를 반가워하며 뛰어오는 첫째. 언제나 무심한듯하지만, 생각이 깊은 둘째의 모습도 보인다. 6시에 약속이 있지만, 운동장에서 놀고 싶어 할 아이들을 생각하여 딱 30분만 놀다 가자고 했다. 아이들이 마다할리 없다. 둘째는 얼른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첫째는 친구와 모래밭에서 땅을 파고 길을 만들고 있다.

찬란한 5월의 햇살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고, 하늘색보다 더 파란 하늘이 눈부셨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았고, 마냥 웃었다. 

첫째는 오늘 왠지 기분이 너무 좋단다. 그러더니 기분 좋을 때 추는 춤이 있다며, 두 팔을 살랑살랑 흔들며 춤을 춘다. 그런 9살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렸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조르바를 찾으러 그리스나 크레타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조르바는 학교 운동장에 있고, 동네 놀이터에 있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존재다. 물론 그런 자유를 어른들은 억압하지만, 아이들은 마음껏 놀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달린다. 뛰고 싶으면 뛰고, 눕고 싶으면 눕고, 자고 싶으면 잔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동심(童心) 하나뿐이다.

아이들은 걱정하느라 오늘을 낭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누가 아무리 재미있는 게 있다고 해도 자기가 재미있는 것 찾아서 한다. 어른들은 묻는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고. 그게 왜 재미있냐고.

다시 조르바의 말이 떠오른다.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는 건가요?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됩니까?”


5월의 햇살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동심을 보았고, 하늘을 보았고, 자유를 보았고, 조르바를 보았고, 여전히 줄을 끊어내지 못한 나를 보았다.

오늘은 그냥 무엇이든 마음가는대로 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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