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1단으로는 시속 100km를 달릴 수 없다.
질문 :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왜 그동안 알 듯 말 듯 늘 책을 읽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이 많았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건 상당히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읽을 책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한번 본 책은 다시 안 펼쳐보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도 그러셨나요?
답변 : 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막상 읽은 책을 다시 보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물론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인쇄술이 발달하여 정말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속독도 필요하지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때 사람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몇 시간씩 들여서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마치 운전할 때 기어를 1단에 놓고서 왜 시속 100킬로 이상 달릴 수 없는지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읽는 모드가 달라져야 하는데, 다른 모드로 읽을 줄을 모르는 겁니다. 어렸을 때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마음속으로 읽어가던 상태로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빨리 읽으려면 독서 모드를 바꿔야 합니다. 필요한 부분도 골라볼 줄 알아야 하고, 전체적으로 쓱 훑어볼 수도 있어야죠.
그렇게 빠르게 책을 읽으면서 다시 읽을 책을 가려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빠르게 읽는 것이 결코 전부가 될 수도 없습니다. 빠르게 읽어도 되는 이유는 다시 읽으면 되기 때문인데, 정작 다시 읽지 않는다면 깊이 있는 독서의 진정한 맛은 느끼기 어려울 거예요. 진지하게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면 그 책은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