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내가 알던 범위 내에서 알던 지식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독서란 내가 몰랐던 미지의 영역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독서의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서의 동기는 늘 자기 세계의 경계를 넘으려는, 낯선 것 안에서 길을 잃으려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책 속의 비유에서 자신을 되찾으려는 충동일 뿐이다.
독서가 재미있으려면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 글 속 어딘가에서 나를 발견할 때부터 흥미를 느끼죠. 책 속의 낯선 이야기에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나 혼자서는 나를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아가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을 쓰다 보면 자신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지점이 자신의 경계선입니다. 그 경계선을 넘어설 때 성장이 시작되는 것이고요.
삶이란, 언뜻 복잡한 것 같지만 지극히 단순합니다.
"당신이 성장해 가는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성장한다는 것은 뭘까요?
성장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것입니다. 멈춰있는 상태는 성장이 아닙니다.
아무리 느려도 나아가고 있는 것만이 성장인 것이죠.
독서를 한다는 것은 오늘 하루 조금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오늘 내가 내디딘 마지막 발자국에서부터 내일 출발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지금 우리 삶에서 뿐 아니라 그 어디에서나 책은 모든 지식과 학문의 시작을 이루는 알파와 오메가다. 그리고 책과 친밀히 지낼수록 그 사람은 삶의 총체성을 깊이 있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자는 스스로의 눈만이 아니라 셀 수 없는 이들의 영혼의 눈으로, 그들의 놀라운 도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헤쳐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강사과정 선생님들 몇 분과 함께 슈퍼리딩데이 모임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읽고 싶은 책을 가방에 넣고 이슬비를 맞으며 여의도의 북카페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곳곳에 비치된 책장들 사이에서 오늘 만날 책을 살펴봅니다.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집 <보다 읽다 말하다>의 합본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읽다"만 보고 나머지 2권은 안 봤었는데 오늘은 읽고 싶어 졌습니다. 책장을 넘기고 김영하 작가님의 눈으로 세상을 잠시 바라봅니다.
역시 좋은 작가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여행입니다. 이번엔 내가 가져온 책을 펼쳐듭니다. 이미 한번 읽은 책이지만, 예전에 읽은 탓에 책이 무척 깨끗합니다. 좋은 구절을 색연필로 긋고, 페이지 모퉁이 위아래를 접어가며 읽어나갑니다. 메모할 건 또 왜 이리 많은 건지요.ㅎㅎ
오늘 슈퍼리딩데이 할 거라고 아침 독서모임일정도 밤에 있는 글쓰기 강의 일정도 다 빼두었습니다. 그렇게 책과 함께 짧지만 행복한 연애를 나눈 하루였습니다.
이후에 멤버분들이 와서 잠시 대화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요.(점심부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카페가 시끄러워졌네요. 역시 조용한 아침 독서가 최고입니다.)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은 단톡방에서 선물을 나눠주셨어요.
오늘 강의 일정이 생겨서 참석 못하신 선생님은 멋지게 강의한 사진을 공유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각자가 혹은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오늘 하루 또 새로운 책들을 만나고, 처음 타보는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지나오는 지하철 노선을 지나 익숙한 공간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짧은 하루지만,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하루가 펼쳐집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그 낯선 것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지만 다시 익숙함으로 돌아옵니다. 길을 잃었다가 되찾은 익숙함은 이전의 그것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 내 인생의 현재를 살아갑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광활한 현재가 내 앞에 놓여있고, 그 하얀 바탕 위에 검은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갑니다.
* 매일 책 속에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