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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28. 2023

#_온 책장을 3번씩 찾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요즘 짐 론의 책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 같으면 너무 뻔해서 재미없을 책인데..ㅎㅎ

지금은 그 뻔한 것들 속에 얼마나 중요한 사실들이 숨어있는지 보이기 시작해서 깊이 탐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저에게 좋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책을 통해 추구하는 각자의 목적이 다르고, 원하는 내용이 다르고, 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독서는 정말 연애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들은 연애로 비유하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아시겠지만, 모든 면에서 독서가 연애와 똑같을 수 없거든요. 그저 책을 만나는 것도 마치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개인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뿐입니다. (오해금지! ㅋ)


암튼, 짐 론의 책을 읽고 나니 이전에 읽었던 그의 다른 저서를 읽고 싶어서 책장을 찾아봤는데,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저 위치에 꽂아 두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부근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죠. 안 되겠다 싶어서 탐색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천천히 책장을 훑어보기 시작합니다. 일단 작업실 책장에는 없습니다. 맞은편 방의 책장으로 이동해서 살펴봅니다. 역시 없습니다. 그렇게 거실과 다른 서재공간까지 뒤져보지만 역시나 없습니다. 4개의 공간에 나누어진 9개의 책장을 모조리 3번씩 찾아봤는데도 없습니다.


'진짜, 도대체 어디 갔.... 아!!" 


불현듯 독서모임을 한번 여기서 한 날 멤버 한 명에서 책을 빌려줬던 기억이 납니다. 카톡으로 그때 빌려간 책사진을 찾아봅니다. 다행입니다. 그날 빌려드린 3권의 책 중에 한 권이었군요. 처음 찾았던 위치에 있었던 게 맞았고, 빌려줘서 제자리에 없었던 거였는데, 한참을 찾아다녔네요.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은 극히 미묘한 일이다. (중략) 그래서 책을 빌려주는 사람도 웬만하면 이렇게 말한다. "서두를 것 없어요! 다 읽으면 돌려주세요."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의 <책에 바침>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저도 거의 똑같이 말하곤 합니다. 천천히 읽고 돌려달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빌려주면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조금씩은 염두에 둡니다. 그래서 진짜 아끼는 책은 빌려준다는 말 자체를 아예 안 하는 편입니다. ㅎㅎ

어쨌거나 책을 빌려주는 건 좀 묘한 일이에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일단 빌려줄 만큼 추천하는 책은 저도 좋아하는 책이기 마련이고, 저처럼 읽었던 책도 수시로 필요하면 다시 읽는 방법을 선호하는터라 이번처럼 분명히 가지고 있는 책인데 못 찾는 경우가 생깁니다. ㅎㅎ 그래요. 제가 이래서 책을 잘 안 빌려주는 편입니다.ㅎㅎ 빌려주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당당하게 달라고 요청하는 편입니다. 


문득 없는 책을 몇 번씩이나 다시 찾으려고 애썼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네요. 책이야 그럴 수 있지만, 인생에 잘못된 생각, 허황된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이미 빌려주고 집에 없는 책을 아무리 열심히 찾는다고 발견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책부터 읽는 게 현명할 텐데, 우리는 마치 가지고 있는 수백, 수천 권의 책은 놔두고선 나에게 없는 책을 찾아 그토록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처럼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어쨌거나 내일 책 빌려가신 분 만나서 받기로 했습니다. 그 책은 받으면 읽기로 하고, 오늘은 지금 가지고 있는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간다는 의미일 테니까 말이죠.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의 <책에 바침>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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