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목표에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한계가 없다
저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꼭 야구를 특정 짓는 건 아니고요. 야구, 축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 자체를 별로 보지 않는 편이에요. 굳이 변명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경기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보다 제 인생 앞에 놓여있는 경기가 더 바쁘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책이나 영화 같은 건 좋아하니까 그냥 취향차이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류현진 선수나 손흥민, 이강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나오면 기사를 통해 "아 그렇구나"하는 정도입니다. 그런 제가 다른 나라 선수의 이야기를 관심을 가지는 건 메시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라는 일본 투수가 쓰레기를 줍는다는 글을 우연히 읽고 그에게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려면 이 정도의 성과와 밀도는 갖춰야 하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네요.ㅎㅎ)
결론부터 말하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쓰레기를 줍는 이유는 그것이 신인시절부터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세운 목표와 계획 중 일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만다라트도 덩달아 많이 유명해졌지요. 아래 그의 만다라트를 살펴보면 아래쪽에 "운"이라는 항목에 "쓰레기 줍기"라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는 그걸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가 된 지금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죠.
쓰레기를 줍는 것은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참 사소하지만 멋진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야구선수는 아니니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인간성과 운 부분은 그대로 가져와서 제 작은 목표들로 삼고 싶어 지네요.
무엇보다 자신의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한 세부목표와 그 세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나누어지는 이 방식이 정말 과학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원씽>에서 말하는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과도 동일하네요. 그런데 이걸 막상 작성해 보면 더 칸들을 다 채우는 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저도 처음 만다라트를 보고 "와 대박이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파일을 만들어 작성해 본 적이 있었는데, 결국 다 채우지 못했죠. 그때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마츠무라 야스오의 <만다라트 실천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자기 관리가 시간관리가 아닌 행동관리라고 말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Plan-Do-Check-Action 이 아니라,
Check-Action-Plan-Do로 생각한다.
PDCA(Plan-Do-Check-Action)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분 계실 텐데요. 계획(plan)을 세우고, 행동(do)하고, 목표와 실제 성과를 체크(check)하고, 체크된 내용에 따라 다시 행동(action)하는 방법을 말하는데요. 한 때 유행처럼 많은 기업에서 썼던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방법의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CAPD(Check-Action-Plan-Do)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계획부터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지금 나의 문제부터 점검(check)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action)을 취한 다음에 비로소 제대로 된 계획(plan)을 세우고, 올바른 실천(do)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그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내가 해보지 않는 일은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만다라트를 작성하던 저는 몰랐던 거죠. 우선은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 또는 목표부터 가볍게 체크해 본 다음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 보는 겁니다. 뭔가 몸을 움직여서 실행해 보면,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경험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적 지식은 내가 실천가능한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만약 그런 경험 없이 막연하게 계획부터 세우면, 착상공론으로 빠질 우려가 생깁니다. 경험적 지식이 아닌 "관념적" 예측을 기반으로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세웠던 많은 목표들이 실패했던 건 아닐까요? ^^)
먼저 나 자신부터 체크해 봐야 합니다. 제가 열심히 책 읽고, 명상하고, 글 쓰고, 강의하면서 알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실제 나와 무척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나를 먼저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물론 나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뭔가를 직접 해보면 됩니다.
팔굽혀펴기를 한번 해보세요. 책을 읽어보세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세요. 꾸준히 명상을 해보세요. 건강한 식단으로 식단을 바꿔보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죠? 하지만 그걸 다 한꺼번에 목표로 잡으면 분명히 실패할 겁니다. 우리 뇌는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견디지 못해요. 우리가 사하라 사막에서 일주일간 더위와 목마름으로 사투를 벌이는 것과 평소에 하지도 않았던 좋은 습관 여러 개를 만들기 위해 일상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맥락상 비슷합니다. 둘 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생기는 거죠. 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강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예전에 만다라트를 설령 다 채웠다고 해도 저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것 같네요. 그땐 이런 지식이 없었거든요.ㅎㅎ
두 번째 생각할 부분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겁니다.
팔굽혀펴기를 했더니 5개밖에 못했다면, 마음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애걔~ 5개?'
'무슨 남자가 팔 굽혀 펴기를 그것밖에 못해요~'
'자네 체력이 영 형편없구만'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죠. 나 자신에 대해 부정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응? 내가 말이야. 요즘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그런 거지, 응? 제대로 한번 하면 깜짝 놀랄걸?'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지죠. 아니에요. 아무도 깜짝 놀라게 해줄 필요 없습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냥 담담하게 인정하면 됩니다. 인정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무조건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인정하고 나면 거기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인정하고, 거기서 출발하면 다시는 그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팔굽혀펴기 5개가 한계구나. 그럼 우선 매일 3개씩 하는 것부터 습관을 들여볼까?' 이렇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거죠. 물론 답답하죠. 언제 3개씩 해서 좋은 몸을 만들고, 살을 빼고 하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아무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3개부터 시작하다 보면 조금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어 그럼 하나 늘려볼까?' 그렇게 하나씩 늘려가다 보면 하루에 100개도 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겠죠.
그런데 왜 못하느냐면, 처음부터 다른 사람 기준으로 10개, 20개를 목표로 잡기 때문입니다. 그런 계획은 습관을 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혀 습관이 될 수 없는 강한 부정과 뇌의 저항만 남길뿐이겠죠.
저는 독서강의를 할 때 처음에 하루 5분만이라도 책을 펼쳐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속독강의할 때는 다 안 읽어도 되니 무조건 하루에 3권씩 훑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요. 글쓰기 강의를 할 때는 하루 3 줄 쓰기를 함께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죠. 하루 5분 읽는 거나 하루 3줄 정도는 수업 같은 건 듣지 않아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거니까요. 맞아요. 근데 여러분이 잘 모르는 지점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그 누구도 그 쉬운 5분과 3줄을 한 달, 두 달 동안 지속해 본 경험이 없다는 거예요.
제가 정말 알려드리고 싶은 건 한번 잘 읽고 마는 한 때의 경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삶 자체에 녹아들어서 나를 성장시켜 주는 태도와 습관이기 때문이죠. 간혹 제가 쉬운 미션을 드리면 그걸 무시하고 안 하시는 분들이 계시곤 하는데요. 속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일단 저거부터 시작하면 각자 자신의 성장 경계선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건데 말이죠.
CAPD(Check-Action-Plan-Do)를 기억합시다.
먼저 나부터 체크하고,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행동하고, 그리고 계획을 잡아봅시다.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 계획을 실천해 나가 보는 거죠.
오늘 제 만다라트를 만드는 김에 오타니쇼헤이 선수의 예시도 만들고, 다른 분들이 출력해서 쓰실 수 있는 파일도 같이 만들었는데요. 여러분들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공유해 드릴 테니 필요하신 분은 다운 받아서 쓰시면 될 것 같아요. ^^
오늘도 당신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