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탈 때마다 인사하는 이유
어딘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어색하고 불편한 그 느낌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부러워하기보다는 부러움을 받는 입장이고 싶은 거니까요. 그런데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서는 나를 드러내기도 어렵고, 설령 나에 대해 말한다고 해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막막하죠.
그러다 어느 날 한 친구를 봤습니다. 그 친구는 인사성이 무척 밝았는데, 항상 누구를 봐도 꾸벅꾸벅 인사를 잘했습니다. 가벼운 안부를 묻는 건 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친구가 인사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같이 인사를 나누었고, 상대의 미소에 친구 역시 한번 더 웃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마 여러 번 그런 장면을 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도 용기 내어 인사를 먼저 해 보기로 했습니다.
인사는 타이밍이 무척 중요한데 처음에는 인사 자체가 어색하니 그런 걸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인사를 외면당하기도 일쑤였고, 그래서 인사를 안 했더니 버릇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인사는 과학이자 몸에 밴 태도입니다.
그러니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그때까진 불편함을 무릅쓰고 용기를 좀 내야 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용기 내어 인사를 하다 보니 차츰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 친구가 인사할 때와 같이 상대방이 환하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잠깐의 웃음 뒤에 더 긴 어색함이 머무는 순간도 많았지만, 인사를 안 한 것보다는 덜 어색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인사성 밝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버스를 탈 때도 기사님께 인사를 합니다. 조금 형식적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버스기사님에 따라 인사를 받지 않는 분이 더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매일 수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버스에서 타는 손님마다 인사하는 건 힘든 일일 겁니다. 손님이 먼저 인사해도 받아줄 여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처음 뵙는 기사님이 대부분인데 그분의 그때마다의 상태를 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겁니다. 결국 인사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이 인사를 받아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나를 위해 하는 거니까요.
언제나 사소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로 읽을 뿐이다.
엄지혜 작가는 <태도의 말들>에서 '중요한 건 진심보다 태도'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는 상대에게 나를 먼저 낮춤으로써 관계의 손을 내미는 행동입니다. 상대에게 의미 있는 태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타인(세상)을 향해 인사할 수 있고, 미소 지을 수 있으며, 격려하고, 응원하고,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행동은 내가 나로서 먼저 단단히 서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할수록 내가 더 단단해질 겁니다. 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 짓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위로할수록 나는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아무리 커도 적절한 태도로 드러내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전해지지 않은 진심을 상대가 알 수 없습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습니다.
세상은 당신의 태도로 당신을 판단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의 반응과 무관하게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손해 없는 행동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습니다.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고,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요. 그 사소한 태도가 나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바꿔주는 시그널이 될 것입니다.
*인사의 법칙 : 인사는 나를 드러내는 첫 번째 시그널이다. 나의 가치는 마음이 아니라, 태도로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