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멈추지 않길.
오늘은 사이책방을 재오픈한 날입니다. 책정리가 끝이 없지만, 아쉬운 대로 정리하고 오픈했습니다.
저는 제대로 분류가 안된 책이 많아 갈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오시는 분들은 지금 이 정도로 꾸며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시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입니다.
그 와중에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3일 연달아 강의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2개는 새로 시작하는 강의라 준비하고 연락하고 하는데 생각이상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늘 느끼지만, 단순노동에 참 약한 저입니다. ㅜㅜ
잠깐씩 짬을 내서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낭독도 하고... 이렇게 까지 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이 그렇게 틈틈이 약속한 일들을 채워나가 봅니다. 아직 강의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고, 남은 건 글을 써서 올리는 일입니다. 이미 점심때 생각난 소재가 있어서 식사하고 와서 적어놓았는데요. 오후에 손님이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화분을 기증받아서 옮기고,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집기들 확인하고, 그러다가 강의시간이 다가와서 단톡방 개설해서 참여하실 분들 초대하고, 마지막으로 강의안 점검하는 것까지 하고 보니 이미 강의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이럴 땐 저녁 안 먹는 게 참 편합니다.)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되고, 늦게 연락드려서 실시간 참석자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딱 알맞게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삶의 방향과 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어떻게 독서와 연결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하나씩 풀어가며 설명드렸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강의하면서 점점 텐션이 올라가서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영 여운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자, 이제 강의가 끝나고 다시 글을 쓰려고 보니, 점심에 쓰던 글에 뭘 쓰려고 했는지는 알겠는데, 그때의 감성은 다 날라가 버렸습니다. 도저히 이어서 쓸 수가 없습니다. 그 글은 과감히 포기합니다. 나중에 그 감성이 다시 찾아올 때 쓰면 되니까요.
지금은 그럼 뭘 써야 할까 생각해 보니, 지금만 쓸 수 있는 걸 쓰자는 결론을 내립니다.
바로 지금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옮겨보는 겁니다. 그렇게 글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글은 이 글대로 즐겁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때 삶은 가장 빛난다.
작가 메이슨 커리의 <리츄얼>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지난 400년간 위대한 작가들이 실천한 각자 나름의 반복적인 습관들을 정리한 책인데, 각자 자신만의 위대함을 완성하기 위해 남들이 볼 때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각자의 반복된 루틴들을 지독하게 실천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바쁜 하루였고, 쓰던 글의 감성은 다 날아가버리고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 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런 작은 반복이 어제와 조금 더 나아진 저를 만들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설령 나아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네요. 여전히 아쉬움은 많고, 개선해야 할 부분 투성이지만, 뿌듯합니다.
스스로와 한 작은 약속들을 오늘도 지켰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하렵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하루가 당신이 원하는 삶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여정이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